헤르손 철군 이어 미·러 비밀 회동…휴전 모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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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15.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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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 새 국면…시진핑도 마크롱 만나 "평화회담 촉구"
관건은 협상 개시 조건…우크라 "완전 철군", 러 "절대 안 돼"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해 9개월째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9일 돌연 남부 점령지 헤르손 철군을 선언, 이틀 만에 실행에 옮겼다. 8개월 만에 요충지를 탈환한 우크라이나는 승전 분위기다.

뒤이어 14일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 수장이 '러·우 평화회담'의 상징적 장소인 튀르키예에서 우크라이나 없이 마주 앉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불거지던 지난 겨울부터 줄곧 미국은 이번 전쟁의 중요한 당사자이자 러시아의 협상 상대였다.

미 측은 이번 회동에서 '핵전쟁 확대 방지'에만 집중했다며 선을 긋지만, 외신들은 이제 휴전을 위한 크렘린궁과의 협상이 타진 중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휴전 지지와 평화회담 촉구 입장을 공식 밝혔다.

미군 서열 1위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사진)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이길 순 없고 올겨울 협상 기회가 올 것"이라는 발언을 해 파장일 일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美 일각서 올겨울 평화회담 재개 기대

미군 서열 1위 마크 밀리 미 합창의장은 러시아의 헤르손 철군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주부터 "우크라이나는 군사적으로 전쟁의 승리를 쟁취할 수 없으며, 올겨울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할 기회가 올 것이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가운데 전해진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 대외정보국(SVR) 국장과의 튀르키예 비공개 회동 소식은 평화협상 개시 조건 가능성 모색이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4일(현지시간) 복수의 미·우크라 양측 당국자를 취재, 미 일각의 '휴전 압박 분위기'와 이로 인한 우크라 측과의 '긴장' 상황을 조명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러시아가 영토 차지 야욕을 굽히지 않는 한 협상 개시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 행정부 한 고위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백악관 관리들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미묘한 말을 흘렸다.

실제로 펜타곤(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드니프로강 서안을 차지해 헤르손을 수복하긴 했어도, 강 동쪽까지 진격(돈바스 탈환)하는 건 더 어려운 군사작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관련해 미 행정부 한 당국자는 "또 다른 10만 명의 목숨을 나락으로 던지기 전 평화회담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취재를 종합한 뒤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에는 잔인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워싱턴에는 엇갈린 메시지가 오가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이 같은 미 행정부 내 일각의 권고가 바이든 대통령이나 고위 참모진의 견해를 바꾼 건 아니라고 3명의 미·우크라 측 당국자들을 인용해 폴리티코는 부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우측)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지지와 평화회담 촉구 입장을 밝혔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유럽 국가 이어 中도 휴전 압박 분위기

이즈음 이뤄진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오갔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언급에도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핵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고 절대 이길 수도 없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에 대한 반대에 공감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언급은 중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발표한 회담 결과 성명에선 빠졌다.

미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신(新) 냉전 기류를 다루면서 1972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썼던 전략을 적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닉슨 행정부는 대중국 유화책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벌려 놓으려는 전략을 채택했는데,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역전된 역학 관계 외에는 이 전략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백악관만의 발표이긴 해도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결국 러시아를 향해 '핵 사용 자제' 메시지를 던져줬다는 건 미국 입장에서 외교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을 출발하기 전에도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러시아 자체에 대해 그렇게 큰 존경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취지의 언급을 흘렸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휴전을 지지하며 평화회담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언론은 전했다.

올여름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EU) 내 영향력 있는 국가 외교가에선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전제로 한 휴전 협상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유야무야 된 바 있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헤르손에서 주민들이 병사를 둘러싸고 기뻐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젤렌스키 "완전 철군해야 전쟁 끝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14일) 헤르손 시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모든 점령지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을 때까지 계속 진격할 것을 맹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서도 "전쟁은 정의롭고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근거한 방식으로 종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3월 말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이 무위로 돌아간 뒤 수차례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아예 2014년 불법 점령 당한 크림반도를 되찾을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현재 '표면적으로' 전세를 역전하는 데에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무기 및 군사물자 지원이 주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평화협상 모색이란 없으며,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한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폴리티코 취재에 익명으로 응한 미 행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빌려 해석하면 결국 러·'우 양측 평화협상 개시의 주도권 한쪽이 온전히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나락으로 던져진 10만 명의 목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다.

러시아가 처음 헤르손 철군 선언을 한 9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전날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 직후 발표가 나온 점을 환영했다. 이어 "최소한 겨울 동안 모든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을 재조정할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3월 29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5차 휴전 협상이 마지막으로 열린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 일단 거부…협상 개시 조건 제시 가능성

튀르키예 아나톨루 통신과 러 관영 타스·리아노보스티는 14일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철수를 평화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핀란드의 제안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루시코 차관은 "우리 대통령(푸틴)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이 협상이란 당연히 현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제안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제안도 결국 외교적 노력이 있다기 보단,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유럽 국가들의 제안을 거부한 러시아가 미국 측과의 비공개 직접 담판에선 모종의 협상 개시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러와 비공개 회동한 번스 CIA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당국자이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한창 제기되던 2021년 11월 모스크바로 날아가 당시 소치에 있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통화까지 했던 인물이란 점을 나열했다.

이어 "CIA 국장이 전쟁의 중추적인 순간에 러시아 측을 접촉했다"고 강조했다.

미 전쟁연구소(ISW)가 시각화 한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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