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한국에 지고도 홀로 축하해준 그 선수, 벤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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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08. 오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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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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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의 파울루 벤투 감독.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한국에 패한 뒤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유튜브

한국 축구 역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자 국내 축구 팬들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4년간의 동행에 고마움을 전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는데, 온라인상에는 벤투 감독이 현역이던 20년 전 한국에 패한 뒤 가졌던 인터뷰가 재조명되며 ‘좋은 감독이기 전 좋은 선수였다’는 찬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여러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벤투 감독과 한국의 인연’ 등의 제목을 한 짧은 영상 하나가 공유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로 뛰었던 벤투 감독이, 6월 14일 한국과의 조별리그 D조 3차전을 치른 직후 가진 인터뷰다.

당시 한국은 포르투갈에 1대 0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4강 신화를 쓰기 전 통과한 첫 관문이었다. 박지성이 가슴트래핑으로 내린 공을 오른발로 띄우고 왼발 슛을 때려 상대 골망을 흔들었던 그 경기다. 이 장면 직전 박지성을 바라본 이영표의 크로스를 막지 못했던 선수가 바로 등번호 17번의 벤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현역 시절의 벤투 감독이 박지성과 경합을 벌이던 장면. /대한축구협회

포르투갈은 FIFA 랭킹 5위에 빛나는 우승후보였지만 한국과 미국에 밀려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 벤투는 마지막까지 홀로 경기장에 남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꿈이) 깨졌다. 끝났다”며 “옛말에 비뚤어진 묘목은 비뚤어진 나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시작도 안 좋았고 끝도 안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중간에 우리가 우세했던 상황도 있었지만 여기까지다. 이제 이번 월드컵 막바지 우리의 플레이가 어땠는지 생각해볼 시간이기도 하다”며 “오늘 특정 상황들이 일어났고 경기 막판 운이 없었지만 9명으로도 엄청난 기회들이 있었다. 하지만 게임은 무너졌고 기회는 한국에게도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국과 미국을 축하해주는 거다.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강한 팀이었다”며 “이제 유로 2004를 준비하면 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인터뷰 도중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0년 전 벤투는 한국에 발목을 잡히고도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했다. 그런 그가 감독이 돼 이끈 한국 대표팀이 조국인 포르투갈을 기적적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하자, 이 인터뷰 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는 수십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리트윗 수도 실시간으로 늘고 있다.

앞서 벤투 감독은 지난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치고 “한국 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며 “결정은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다.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도 내 의사를 밝혀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쉬면서 재충전을 마치고 향후 거취는 그때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지난 4년간 준비해온 과정이 자랑스럽다.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한국 감독을 하게 돼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 대표팀은 여지없는 최고의 팀과 선수들이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 2018년 8월 28일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약 4년 3개월 동안 팀을 이끌었다. 역대 한국 사령탑 중 가장 긴 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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