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전단 살포 금지는 위헌”… 표현의 자유 강조한 헌재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6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전단 등의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조항은 ‘전단 등 살포’를 남북합의서 위반 및 금지 행위로 못 박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개정법은 남북 관계 개선과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 맞선 가운데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강행 처리됐었다.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와 전단을 살포해 온 탈북민 등은 개정법 공포 당일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헌법소원을 냈고 2년9개월 만에 헌재가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표현 내용이 광범위하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경우에 따라 경고·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대안 수단이 있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이며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재 결정으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헌재 결정의 취지가 무제한적인 대북전단 살포를 허용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재는 경찰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괄 금지를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봤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되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두루 고려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