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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을 찢어줘> 난 잘못한 게 없다는, 타인이 느끼는 불편감에 무감각한 사람에 관해

2023.08.15. 오후 8:09

여기 두 어른이 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난 잘못한 거

없어요.

내가 왜 환불을 해줘야 하는데요!?

우리 지역을 방문한 손님들이니

숙박비를 대신 환불해 주고 싶어요.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게 해주고

싶어요.

착하고, 나쁘고, 그런 개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민낯이 어떤지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해드리다 보면 너무도 많은 분들이 '타인이 느끼는 불편감에 대한 무감각함'에 대한 이해 없이, 상대에 대해 '말을 예쁘게 해서, 사랑꾼의 모습을 보여서, 맞는 말이어서, 보통 다 그러니까'로 상대를 생각하세요.

그 사람의 민낯이 어떤지, 얼마나 타인에 대해 무감각한지에 대해서는 상상도, 의심도 못하고, 또 안 하세요. 불편하고 찝찝해지는 기분이 드는 부정적인 생각해서 뭐 하냐는 식이죠.

그런데 바로 그런 식으로 상황들을 풀어가다 보면 사람을 보는 눈이 없게 되죠. 분별보다 불편한 기분 감정이 되지 않는 것에만 급급해서 살아오시다 보니까요.


광주 모텔 일은 '타인이 느끼는 불편감에 대한 무감각함'을 잘 보여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번에 잼버리에 참가했던 아이들이 어떤 시간을 겪어야 했는지를 압니다. 8월이 시작하면서 관련 기사가 매일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그 아이들이 보냈을 힘들었을 시간들과 순간들에 대한 감정 이입, 그리고 어떤 기대와 마음으로 왔었을지에 대한 공감적 이해가 기능적으로 작동이 되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반응을 합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난 잘못한 거

없어요.

내가 왜 환불을 해줘야 하는데요!?

독일 잼버리 아이들과 모텔 사장님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서, 오해가 있어서?

아니요. 타인이 보냈을 시간들에 대한 불편감에 대해 무감각해서 안 느껴지는, 그저 단지 아무 느낌 없는 기삿거리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느끼는 사람이어서 생긴 일이죠. 의사소통이 잘 안될 수도 있고, 오해가 생길 수도 있죠. 그게 본질이 아니에요.

모텔 사장님은 독일 잼버리 아이들이 환불을 요구해왔을 때, 거절하죠.

모텔 사장님은 환불을 해줘야 할 이유가, 그럴만한 잘못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환불을 해줘야 할 만큼의 잘못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본질이 아니죠. 모텔 사장님은 환불을 해줘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연인 관계에서 자주 나타나고 발생하죠.

연남동, 홍대 입구역, 신촌을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 한복판에서 큰 소리를 내며 싸우고 있는 커플들, 아무 말 없이 서로 노려보며 서 있는 커플들, 계속 이런저런 말로 누구 잘못인지 시시비비, 옳고 그름, 정상 비정상을 가리려고 하는 커플들을 보게 됩니다.

상대가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 잘못된 사람이여서가 아니라, 광주의 모텔 사장님이 보여준 독일 잼버리 아이들의 환불 요구에 거절할 수 있는 '타인이 느꼈을 불편감에 대한 무감각한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상대가 느꼈을 불편감에 대해 무감각하니 분석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논리적인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본질은

무지가 아니라 무감각함입니다.

타인이 느끼는 불편감에 대한 무감각함은 어떤 내용을 몰라서 행동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을 몰라서 그렇게 행동한 것일 거야라고 미화시켜 순간순간의 상황만 모면하고 벗어나는 사람은 그저 계속 늪에 빠지는 것이죠.

분별없는 노력은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불쌍하죠.

심리카페에서 다양한 분들을 상담해드리다 보면, 타인이 느끼는 불편감에 대해 무감각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반반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불편감에 대해 안 느껴진다는 사람에게 설명과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은 귀에 염증이 나서 열이 나는데 해열제만 계속 먹이는 것과 같아요. 헛수고이고 증상은 더 악화되죠. 왜냐면 귀에 있는 염증은 점점 더 심해질 테니까요. 열만 낮추는 것이, 그래서 일상을 할 수 있게만 초점 맞추는 것은 귀안에 있는 염증이 더 심해지는 결과를 낳죠.

차라리 해열제라도 먹고 있으면 덜 힘들기라도 하죠. 그냥 억지로 참고, 안 아프다, 괜찮다 하며 있는 경우는 더 안타깝죠. 시간문제거든요.


그 사진을 찢어줘.

타인이 느꼈을 불편감에 대해, 타인이 느끼는 불편감에 대해, 타인이 느낄 불편감에 대해 느끼는 감각은 선천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감 능력에 대한 이런 실험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5살 정도 되는 아이들을 한 명씩 교실로 부르고는 이렇게 말하며 사진 한 장을 건넵니다.

선생님: 이건 선생님 아빠가 주신 소중한 사진이란다.

4~5살 아이는 사진을 받고 신기한 듯 보면, 그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선생님: 그 사진 찢어줘.

네,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요.

이 똑같은 말과 반응을 여러 명의 아이들에게 진행합니다. 사전에 무슨 교육이 있지 않습니다.

이 똑같은 말과 반응에 어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찢고, 어떤 아이는 머뭇거리며 어찌할 줄 몰라 하다가 사진 모서리 부분을 아주 조금 찢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망설이다가 울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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