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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숄츠 獨총리의 법인세 감면 '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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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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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제부 기자

[서울경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대한 레오파드 전차 지원을 주저하다 도마에 올랐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를 비꼬기 위해 ‘숄칭(scholz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용어를 제안한 영국 역사학자 티모시 가튼 애시는 그 의미를 ‘좋은 의도를 표하면서도 실제로는 결정을 미루기 위해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런 숄츠 총리가 모처럼 결단력을 발휘했다. 독일 연립정부는 8월 29일 각료회의에서 향후 4년간 연간 70억 유로의 법인세를 감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성장기회법’에 합의했다. 연정은 여름 동안 법인세 감면, 아동수당 증액 여부 등을 놓고 분열될 대로 분열된 상태였다. 하지만 숄츠 총리가 각료회의 전까지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라는 ‘최후통첩’을 내리며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졌다. 물론 같은 날 발표된 조사에서 숄츠 총리의 리더십이 약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63%에 이를 정도로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그럼에도 전후 독일 역사상 최초로 3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정이 수개월 간의 이견을 극복하고 합의에 이른 것을 평가 절하하기는 어렵다.

연정의 합의는 독일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독일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역성장해 기술적 침체에 빠진 데 이어 2분기에도 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이 올해 -0.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중국의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에너지 위기로 타격을 입었다. 기업 이익에 대한 실효세율이 28.8%로 유럽연합(EU) 평균(18.8%)을 웃도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독일 정부의 이번 감세 결정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독일 기업들은 정부의 부양책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전기 요금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이번 각료회의 의제로 올랐지만, 숄츠 총리가 저렴한 에너지원 확보가 진행되고 있다며 또 결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숄츠 총리는 독일 경제가 처한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제조업 비중과 기업의 세금 부담이 높아 독일 경제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도 그가 ‘느리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독일을 이끌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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