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12일 ‘1학기 현장체험학습 운영계획’을 예고 없이 변경했다. 본래 버스를 타고 이동해 생태체험장이나 박물관, 안전체험관 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현장학습은 걸어서 할 수 있는 마을 탐험과 숲 체험 등으로 대체됐다.
올해 6학년 수학여행도 가지않기로 했다. 학생·학부모 의견수렴 절차는 따로 거치지 않았다. 학교는 “ 학생과 교원 안전 확보 문제로 차량 이용 현장학습을 운영하지 않는다”고만 통보했다.
지난 2월 법원에서 현장학습 중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고 관련 당시 인솔교사 2명에게 실형을 선고한 뒤 광주시 일선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전면 중단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13일 “1학기 현장학습을 취소하는 학교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사전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생략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재판 당시 검찰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담임과 인솔 보조 교사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담임교사가 대열을 이탈한 학생을 잘 지켜보지 못했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조 교사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판결 이후 현장학습은 사실상 ‘실종’됐다. 광주의 또 다른 초등학교는 “1학기 현장 체험학습 운영이 어렵다”며 5학년 수련활동과 6학년의 수학여행을 포함한 모든 교외 활동을 중단했다. 인근의 다른 학교도 “학교안전법 개정안 시행 전까지 교내 체험학습으로 운영하겠다”고 안내했다.
현장학습 중단 결정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불가피하다면 현장학습을 대체할 다른 과정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조차 없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교사들의 불안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불안과 공포’를 앞세워 소통이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체험학습 중단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학습은 개정된 학교안전법 시행 뒤에야 재개될 전망이다. 오는 6월21일 시행되는 학교안전법 개정안에는 “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에 대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