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최장기 전투 ‘상징적 요충지’
와그너 그룹 용병 수장 해방 선언
“5일 후 철수, 러 정규군에 넘길 것”
G7 참석 젤렌스키 “아니라 생각”
우크라 국방차관 “아직 일부 장악”
교황청 “평화 중재 특사 파견 계획”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21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바흐무트를 향한 러시아 공세가 시작된 지 10개월 만의 일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부인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남부군의 포병·전투기 지원을 받은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 그룹이 아르툐몹스크(바흐무트의 러시아 이름)시의 해방(점령)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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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복 차림으로 러시아 국기를 든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와그너 깃발을 든 병사들 앞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2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바흐무트=타스연합뉴스 |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군 선봉대 역할을 해온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전날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20일 정오 바흐무트는 완전히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와그너 그룹은 5일 후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이고, 도시를 러시아 정규군에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바흐무트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수중에 있다고 생각하느냐’와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말한다’는 질문을 잇달아 받고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흐무트 함락을 인정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으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후 “후자(러시아의 점령 주장)에 대한 답변”이라며 “함락을 부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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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최장기 전투가 지속된 상징적인 격전지다. 서방에서는 바흐무트 전투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사상자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전쟁 전 인구가 7만여명에 불과한 소도시였고, 지리적 이점도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바흐무트의 전략적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바흐무트에서 피비린내 나는 소모전이 이어진 데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 넘게 장기화한 전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러시아가 대규모 전력을 투입한 바흐무트 점령마저 실패한다면 병사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푸틴 대통령의 권좌까지 흔들릴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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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영상 속 바흐무트의 한 건물 옥상에서 와그너 용병들이 러시아 국기와 회사 깃발을 흔드는 모습. 바흐무트=타스연합뉴스 |
한편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전 및 평화회담 중재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마테오 추피 추기경을 평화특사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전날 밝혔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인 추피 추기경은 차기 교황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바티칸 소식통을 인용해 추피 추기경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각각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 만난 자리에서 “중재 대신 우크라이나 편에 서 달라”며 사실상 중재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