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文정부 통계조작" 11명 기소…사법적 엄단하고 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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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4. 오후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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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03.14 송고]


(서울=연합뉴스) 대전지검은 14일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국가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와 국토부, 통계청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 침해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검찰은 밝혔다.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이 통계조작 혐의로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검찰 발표 대로라면 청와대가 정권에 불리한 실적을 감추고자 장기간에 걸쳐 통계 조작과 왜곡을 주도했다는 얘기인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사안이지만 통계조작 범죄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정책의 왜곡을 가져오는 국기문란 행위라는 점에서 사실이라면 엄중한 사법적 단죄가 뒤따라야 한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국가통계는 정책 수립의 근간이자 사회적 공공자원으로서 국가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는 국가통계라는 것이 정권의 이해나 홍보를 위해 얼마나 자의적이고 손쉽게 훼손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검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지표인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125차례나 조작됐다. 통계법에 따라 '공표 전 제공'이 금지된 변동률을 주 3차례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토록 하는 등 사전검열 체제가 구축됐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검토 지시 방식으로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였다. 조작이 이뤄진 시기는 대통령 취임 2주년이나 21대 총선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이거나 2020년 6·17, 7·10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였다. 실거래 상승률이나 KB국민은행 변동률과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급증, 소득분배 불평등 악화 등과 관련한 고용과 소득통계 역시 정권의 입맛대로 왜곡·조작됐다는 게 검찰의 발표다. 정책에 실패했음에도 이를 반성하고 고치기는커녕 실책을 감추려 통계를 왜곡·조작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국기문란 행위에 해당하는 통계 조작이 현행법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점은 문제다. 국가통계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조작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경우 현행 통계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공소시효도 5년에 그친다.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공소시효도 늘릴 필요가 있다. 사법적 단죄 못지않게 제도적 보완이 중요하다. 보수·진보 진영 가릴 것 없이 정권을 잡으면 통계를 '마사지'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통계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통계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정보 처리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입법적 지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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