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합 재판 중단, 대법관 제청 차질
민주당, 정쟁 이용 땐 역풍 맞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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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당장 주요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이 없더라도 전원합의체 구성은 가능하지만, 대법원장 대행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전원합의체 구성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사건은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야 하며 재판장은 대법원장이 맡게 돼 있다. 판례 변경이나 중요 사건의 경우에도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를 주재한다. 새로 임명될 대법관 제청에도 문제가 생긴다. 안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의 임기가 내년 1월1일자로 만료되는데 대법원장 공백이 11월을 넘기면 대법원 구성마저 어려워진다. 사법부 수장 공백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의 재산 신고 누락 등 도덕성 시비가 제기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업무 적합성에서는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김 전 대법원장도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춘천지법원장 시절 잦은 부부 동반 해외여행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국회 인준을 통과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불법건축물로 임대소득을 올려 비판을 받았지만 인준을 받았다. 이 후보자의 경우도 대법원장으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국가의 혼란을 자초하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장 임명에서만큼은 여야가 대승적으로 협력해 온 것이 그동안의 헌정사 아닌가. 민주당은 오늘 후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부터 처리해야 할 것이다. 부결시킬 생각이라고 해도 표결 절차는 빨리 끝내야 한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길어질수록 사법부의 혼란은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