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2% 인플레 여정' 험난...두 달 높았다고 바뀐 것 없어“
해외IB 10곳 중 9곳 “연준, 6월부터 금리 내리기 시작한다”
물가 안정기 진입 염려하는 한은...“하반기께 인하 카드 ‘만지작’”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창용 한은 총재, 22일 기준금리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국은행이 한목소리로 '울퉁불퉁(bumpy)'한 물가를 염려하며 ‘라스트 마일’의 변동성을 경고하는 가운데 각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국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확인한 후 하반기에 대내 여건에 집중하면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난 1~2월 미국의 물가지수가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 목표(2%)를 웃돌았음에도 연준이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금리 중간값은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4.6%로 제시됐다. 이는 현 금리보다 0.75%p 낮은 수치로 0.25%p씩 인하할 경우 연내에 금리를 3차례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1~2월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자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 인하 폭을 50bp로 낮춰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2회로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에 험난함이 있을 수 있으나 목표에 점진적으로 접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수치가 매우 높았지만, 1~2월 물가 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좋았던 6개월 데이터만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에 대한 확신을 내리지 않은 것처럼 2개월 데이터를 과잉해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은 이날 FOMC가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오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3월 FOMC 회의 이후 해외IB 10곳 중 9곳은 오는 6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중 5곳은 연말 금리(상단)를 4.75%로 제시했고 2곳은 4.50%로 전망했다. 나머지 3곳은 각각 5.00%, 4.25%, 3.25%로 예측했다.
한은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시그널(신호)을 제공할 위험에 유념해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가 목표수준(2%)보다 여전히 높은 것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소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1월(2.8%)에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가, 지난달(3.1%)에 다시 3%대로 올라서는 등 변동폭이 큰 상태다.
이에 한국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확인한 이후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금통위만 해도 3개월 후 금리 인하를 이야기한 금통위원은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하면 1명에 그쳤다”면서 “그러나 3월 FOMC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나오면서 향후 4월, 5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6~7월에 피벗에 나선다는 가정하에 한은은 빠르면 8월 금통위부터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