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쌀 때 사자" 美, 매수버튼 다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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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9.30.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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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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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 셀 코리아에 증시 추락 중에도
수급 틈새 노려 지분 확장 나선 美 금융업체들
(자료 제공: 업스플래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엑소더스(대탈출)'와 수급 공백에 따른 국내 증시 폭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외국계 큰 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다. '역발상' 투자로 '무릎에서 잡아, 어깨에서 던진다'라는 증권가의 오랜 격언을 실현코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주가가 이들의 기대감을 받쳐 줄지는 미지수다.

미리캐피탈, 한 달 만에 1% 지분 늘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자산운용사인 '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지난 8월 22일 유수홀딩스의 1만4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달 26일까지 27만5500주(1.05%)를 추가 매수했다. 이달 한 달간 18차례에 걸친 장내 매수로, 미리캐피탈이 보유한 유수홀딩스의 지분은 6.08%까지 치솟았다.

미리캐피탈은 '단순 투자'가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통상 3% 이상의 지분을 쥐고 있으면 감사 선임 제안 등에 나설 수 있지만, 유수홀딩스의 지배구조 상 경영 전반에 참여하기에는 비교적 작은 지분이다. 유수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아내인 최은영 전(前) 한진해운 회장으로, 18.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두 딸인 조유경(9.52%) 씨와 조유홍(9.52%) 씨, 양현재단(9.90%) 등이 주요주주로 최 회장의 우호지분은 47.05% 정도다.

유수홀딩스는 최 회장이 한진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만들어진 회사로, 국제 화물 운송을 주선하는 포워딩 사업과 창고 보관과 수송 등을 포함하는 계약 물류 사업을 주업으로 한다. 지난 1분기에는 홀딩스는 물론, 싸이버로지텍, 유수로지스틱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월에는 행동주의 주주들의 건의에 따라 배당금을 500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모건스탠리, 안랩에서 어떤 그림을 봤을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에 참석하고 있다.(사진 내용은 기사와 무관) /윤동주 기자 doso7@


안랩에는 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둥지를 틀었다. 49만7324주(4.97%)를 사들였다. 미 '퍼스트 트러스트 어드바이저'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14.96%)을 내던진 가운데, 모건스탠리가 일부 받아든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 트러스트의 경우 지난 3월 10만1181~17만2588원에 안랩 지분 14.12%(1497억원)를 매집해 2대 주주까지 올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안랩 창업자)이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거론되던 시절이었다. 안 의원의 총리 지명 유력 소식에 안랩의 주가는 21만8500원(3월 24일)까지 치솟았다. 총리가 되면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백지 신탁해야 한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는 뛰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총리에 지명되지 못했고 퍼스트 트러스트는 기대감을 접고 보유 지분을 다 내놓게 됐다.

모건스탠리는 6만2898~6만7666원에 이를 사들였는데, 어떤 그림을 보고 안랩의 지분을 집어 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더 캐피탈 그룹, SK하이닉스 3대주주로


미국 4대 운용사로 알려진 '더 캐피탈 그룹(순자산 3조달러)'은 지난 8월 29일 부로 SK하이닉스 지분 5.05%를 확보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5% 이상 주주가 SK스퀘어·국민연금밖에 없어 '더 캐피탈 그룹'은 SK하이닉스의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연저점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8만800원까지 떨어지면서 '7만 닉스' 진입을 앞두게 됐다. 현시점에서 -12.5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약 117억원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사라진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더 캐피탈 그룹’이 SK하이닉스의 지분을 대거 매입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지난 2018년 8월에도 29일 하루 동안 여러 펀드를 통해 자금을 쏟아부어, 지분을 담았다. 당시 매입 단가는 8만2385, 8만2700원이었다. 그런데 주가가 내리면서 5만7690~7만7500원에 보유 지분을 7.8%까지 높였다. 일종의 물타기(평균 단가 낮추기)로 약세장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후 지분 1%를 클럽들로 팔면서 보유 지분이 4.54%로 떨어진 2019년 10월 18일에 돼서야 8만원을 겨우 넘겨 되팔 수 있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들의 한국 주식 투자가 수급 공백을 노린 장기투자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외인은 3조1350억원 규모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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