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더사랑요양원에서는 이곳에 사는 노인들의 건강 체조가 한창이었다. 노인들을 부축해 운동을 돕는 중년의 요양보호사들 사이에 한 젊은 베트남인 요양보호사 하응옥쩜(31)씨가 있었다. 하씨는 지난해 12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3개월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어르신, 팔을 이렇게 쭉쭉 뻗어요. 하나! 둘!”이라며 체조를 돕고, 걷고 있는 노인을 부축했다.
하씨는 국내 ‘외국인 요양보호사 1호’다. 돌봄 인력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국내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E7(숙련 인력) 비자를 부여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약 5개월 만에 첫 유학생 출신 요양보호사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말이 유창한 그는 “어르신들 사투리를 알아듣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어르신들과 고스톱도 치고 장기도 둘 수 있게 됐다”며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안아주시면 뿌듯하다. 오래오래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하씨와 일문일답.
-어떤 일을 하나.
“어르신 14명이 생활하고 있는 요양원 4층에서 일하며 식사, 운동 등 생활 전반을 도와드리고 말동무도 돼 드린다. 주야간 근무를 이틀 한 뒤 이틀을 쉬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한 달에 200만원 초반대 월급을 받는다. 베트남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월급은 1500만동(약 87만원) 전후다.”
-왜 한국에 유학 왔나.
“한국에 고모도 살고, 친언니가 먼저 한국에 유학을 와 있었다. 한국을 좋아하는 친구도 주변에 많았다. 자연스레 ‘한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해 2018년 충남대 소비자학과에 유학 왔다. 공부를 하며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 구직을 하게 됐다. 한국은 모든 것이 편하고 깨끗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왜 요양보호사를 결심했나.
“2023년 여름 졸업 후 처음에는 ‘소비자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마케팅 분야로 취직하려고 했다. 그래서 구직 사이트를 통해 100군데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대부분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중고 자동차 판매 회사에서 3개월간 인턴을 했지만, 한국 기업 문화와 잘 맞지 않았고, 정규직 전환도 어려웠다. 대부분 유학생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작년 여름쯤 구직에 계속 실패하고 한국에 남을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국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우연히 알게 됐다.”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정보가 너무 없었다. 출입국사무소 콜센터에 전화하고 직접 찾아 여러 번 문의했지만, ‘처음 제도가 시행돼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 ‘일단 해본 뒤 비자가 나오는지 보자’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콜센터에 수십 통씩 전화를 하다 보니 짜증 섞인 답에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불안했다. 도전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요양보호사 학원에서 두 달간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았고, 두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로서 구직 과정은.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날 전국 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 20여 곳에서 연락이 왔다. ‘외국인이고, 업무 경력이 없다’고 해도 모두 ‘상관없다. 면접 보러 당장 오라’고 했다. 자격증을 딴 지 3일 만에 일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내가 직장을 골라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요양보호사의 장단점은.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니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유망하고 안정적인 직업이다. 나중에 베트남에 가게 돼도 한국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돌봄 업종에 종사할 것이다. 단점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있는 친구들보다 월급이 많지만, 한국은 물가가 비싸 생활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제도를 위해 한국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다양하게 홍보하고, 자격증 따는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하이코리아’(외국인 대상 온라인 민원 서비스)나 구직 사이트에 알리면 좋겠다. 친구들로부터 ‘도대체 어떻게 직장을 구했냐’ ‘요양보호사 학원을 추천해 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유학생과 한국 정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인데, 주변에서 잘 모르는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