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 ‘마침내’, 존재감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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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11. 오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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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화제되면서 소셜미디어서 언급량 2배 증가
영화 ‘헤어질 결심’에 여러 번 나온 부사 ‘마침내’를 활용한 게시글. /트위터 캡처

“퇴근하는구나, 마침내” “통장 잔고가 붕괴되었어요. 아껴 쓰는구나 마침내”···.

영화 한 편이 대중의 언어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저 문장들에 들어 있는 부사(副詞) ‘마침내’는 그 증거물과 같다. 6월 말 개봉한 수사 멜로 ‘헤어질 결심’의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마침내’는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우는구나 마침내” 등 이 영화에서 의미심장한 형태로 여러 차례 등장한다.

본지는 말뭉치를 연구하는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김한샘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SNS에서 6~7월 ‘마침내’의 언급량이 증가하는지, 거꾸로 ‘드디어’와 ‘결국’은 언급량이 감소하는지 조사했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바이브컴퍼니의 소셜미디어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이용해 어휘별로 검색하고 정리했다. ‘드디어’나 ‘결국’을 써도 될 문장에 ‘마침내’를 쓴다면 영화 ‘헤어질 결심’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마침내’는 6월에 비해 7월에 트위터에서 2배, 인스타그램에서 1.5배, 블로그에서는 1.3배 언급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샘 교수는 “의사소통 매체인 언어는 현대사회에서 트렌드의 큰 축을 차지하고, 그 확산 양상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SNS로 점점 단축되고 있다”며 “부사 ‘마침내’는 유의어인 ‘드디어’ ‘결국’에 비해 사용 빈도가 낮은 단어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의 대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마침내 SNS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가 일상에서 가끔 사용하던 말이 영화·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등 어떤 계기를 만나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며 “‘마침내’는 맥락에 맞는 여러 부사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우선적으로 연상되는 단어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어휘의 생성부터 소멸까지의 생명 주기 그래프는 이렇게 문화적인 요소의 영향으로 기울기가 바뀔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박해일·탕웨이가 주연한 ‘헤어질 결심’은 N차 관람 열풍과 함께 롱테일로 인기를 끌며 180만 관객을 모았다.

"이거 봐봐요. 우리 때문에 부사 '마침내'가 인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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