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전략 통했다”… SK하이닉스, 4분기 D램 이익률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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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2.11. 오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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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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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에서도 D램 영업이익률 27% 수준 기록
삼성전자, 마이크론 대비 2.5배 수익성
고성능 서버용 D램, HBM 초기 시장 선점 효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뉴스1

SK하이닉스가 올해 4분기 들어 최대 매출원인 D램 사업에서 27%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D램 3강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익성을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년간 D램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온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서버용 고용량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스페셜티(specialty)’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들어 D램 사업에서 27%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10%대 초반 수준인 삼성전자, 마이크론에 비해 2.5배 높은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0나노 초반대(1b) D램으로 빠른 공정 전환이 이뤄지면서 서버용 고용량 D램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구조를 만들었고, HBM과 같은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선점하면서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4분기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용 D램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각국 대형 IT 기업에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기반의 128기가바이트(GB) DDR5 고용량 서버 메모리 모듈(RDIMM)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현재 SK하이닉스가 전체 공급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용 고성능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한 이유는 인텔과의 협업을 통해 일찌감치 DDR5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부터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으로 가장 먼저 인텔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5월에는 최선단 공정인 10나노급 5세대(1b) D램 개발을 완료하고, 해당 기술을 적용한 서버용 DDR5에 대해 인텔과의 호환성 검증을 조만간 완료할 예정이다.

인텔의 인증이 중요한 이유는 인텔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80~9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인증과 호환성 검증에 성공했다는 것은 인텔 CPU와 함께 짝을 이룰 최적의 D램으로 SK하이닉스가 선정됐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까지 10나노 초반대 D램 기반 서버용 DDR5 D램 시장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공정상 문제로 일정이 늦춰져 올 하반기 들어서야 제대로 된 최신 공정 기반의 서버용 DDR5 D램 양산 체제를 갖췄다. 시장 진입이 늦어진 만큼 시장 헤게모니를 SK하이닉스에 빼앗겼다는 평가다. 해당 제품들은 기존 서버, PC, 모바일향 범용 D램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2배에서 최대 5배 이상 높은 제품군이다.

고성능 D램을 TSV 공정으로 묶어 생산하는 HBM도 성능, 생산성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업계 최대 HBM 구매자인 엔비디아가 서버 구축에 사용하는 HBM3(4세대) 제품은 대다수 제품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는 엔비디아가 멀티 벤더 전략을 사용해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의 제품이 혼용될 전망이다.

다만 내년에도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초기 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AMD 등이 내년에 내놓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맞춰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에 엔비디아는 HBM3e 6개를 사용한 GPU H200과 8개를 쓰는 B100을 출시한다. 또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기반 CPU(중앙처리장치)와 GPU를 통합한 GH200과 GB200도 동시에 선보이기로 했다.

한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과 고용량 메모리 모듈(RDIMM)은 범용 메모리 대비 평균판매단가(ASP)가 공급 부족 영향으로 최소 5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특히 최근 스페셜티 메모리 전문 기업을 선언한 SK하이닉스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메모리 매출 비중의 절반 수준을 HBM과 서버용 RDIMM으로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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