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휩쓴 ‘성공 포르노’…혹시 당신의 마음도 훔쳤나요? [스페셜리포트]

입력
기사원문
반진욱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성공하려면 지금 당장 ‘이것’을 버려라.” “이것만 따라 하면 월 2000은 우습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콘텐츠 주제를 꼽으라면 단연 ‘성공’이다. 주식, 부동산, 창업, 직장 생활, 자기계발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는 비법’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넘친다. 서점가에서는 ‘성공’ 글자가 들어간 책들이 판매량에서 압도적인 순위를 자랑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는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영상과 게시글로 도배됐다. 그야말로 ‘성공 열풍’ 시대다.

빛이 크면 그늘도 있는 법. 성공을 강조하는 콘텐츠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눈에 띄기 위해 자극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본인의 경력을 허위로 조작하고 강조하는 사례도 판을 친다. 허위, 과장 경력을 활용, 책과 강의를 팔고 영상을 만드는 식이다. 또, 성공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대중이 적잖다. 과도한 성공 콘텐츠의 범람에 ‘유해한 지식 산업’ ‘성공 포르노’ ‘성공팔이’ ‘미래 폰지’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2020년대 분 성공학 열풍

서점가, SNS 휩쓸다

‘성공’을 주제로 한 콘텐츠는 과거부터 있어왔다. 자기계발, 재테크, 주식 등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이들이 책을 팔고 강의를 하는 일이 흔했다. 인기도 상당했다. 다만 현재처럼 ‘열풍’ 수준은 아니었다. 주로 서점에서 책이 잘 팔리거나, 당사자가 방송에 나와 강의를 하는 정도에 그쳤다.

열풍의 시작은 2020년부터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부업과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업 종사자 수는 2020년 43만2000명, 2021년 49만6000명, 2022년 54만7000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미 투자자들이 몰린 주식 시장은 코스피 3000을 돌파하며 역대급 활황을 기록했다. 부업과 재테크 정보를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자기계발, 재테크, 사업, 부업을 통한 경제적 자유의 확보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퍼져 나갔다. 대부분이 본인의 성공담을 공유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중 호응에 힘입어 성공 콘텐츠는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했다. ‘장사의 신’ ‘신사임당’ 등 일부 채널은 구독자 100만명이 넘는 대형 유튜버로 성장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 이어 서점가에 ‘성공 열풍’이 불어닥쳤다. SNS에서 유명해진 이들의 책이 줄줄이 화제를 모았다. 교보문고 2023년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 3위 ‘역행자(저자 자청)’,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등극한 ‘세이노의 가르침(저자 세이노)’이 대표적인 예다. 이외에도 7위에 김미경의 마흔 수업(저자 김미경), 10위에 사장학개론(저자 김승호)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대 서점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10권 중 4권이 ‘성공’ 관련 서적인 셈이다.

성공 관련 콘텐츠는 강의 시장까지 휩쓸었다. 클래스101 같은 강의 플랫폼에 ‘성공’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대거 업로드됐다. 아예 자체 강의 플랫폼을 만드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역행자’의 저자이자 ‘성공’을 주제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자청’은 ‘이상한마케팅아카데미’라는 회사를 열어 별도로 강의 사업을 벌였다. 자영업자와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 주요 대상. 이 회사의 온, 오프라인 강의 가격은 강좌 하나당 330만원에서 최대 960만원에 달한다.

(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각종 논란, 성공학을 흔들다

장사의 신, 자청 논란 결정타

그러나 지난해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성공학 열풍은 올해 들어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유튜브와 서점가에서 선두를 달리던 성공학 대표 주자 ‘장사의 신’과 ‘자청’이 논란에 휩싸인 게 결정타가 됐다. 인기 성공학 유튜버들이 흔들리면서 성공학 콘텐츠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유튜버 ‘장사의 신’의 본명은 ‘은현장’. 2020년부터 활동했다. 본인을 ‘200억원’에 창업한 브랜드를 매각한 창업 전문가로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은 씨는 유튜브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무료 컨설팅을 하며 유명세를 탔다. 자영업자에게 조언을 건네는 것으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빗대 ‘유튜브계의 백종원’이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2021년에는 ‘나는 장사의 신이다’라는 책을 내며 서점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종편 채널 MC로 발탁됐고, ‘500억원대 성공 신화를 쓴 자영업자’로 소개됐다.

한창 승승장구를 달리던 그를 두고 지난해부터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은 씨가 밝힌 치킨 프랜차이즈 매각 금액과 실제 매각 대금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의혹이 터졌다. 또한 2023년 주가 조작과 배임 혐의로 구속된 원영식 회장의 초록뱀미디어 계열사에 그가 매각한 브랜드가 속해 있어 은 씨 또한 주가 조작에 연루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설상가상, 본인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의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불법 ‘매크로(추천 수 조작 도구)’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렸다.

폭로전이 이어지자, 은 씨는 “모든 고소 절차를 끝내고 제가 깨끗해졌다는 게 증명되면 다시 돌아오겠다”며 유튜브 활동 중단을 선언한 후, 2월 23일 해명 영상을 업로드하며 3주 만에 복귀했다. 은 씨는 이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는 과거와 같은 위상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 베스트셀러 서적 ‘역행자’로 유명한 유튜버 ‘자청’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자청의 본명은 송명진이다. 자청은 ‘자수성가 청년’의 줄임말로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송 씨는 창업가 출신이다. 2010년 재회 상담, 연애 상담 회사인 ‘아트라상’을 창업했고, 2018년에는 온라인 마케팅 업체 ‘이상한마케팅’을 설립했다. 해당 경력을 토대로 2019년 유튜브 채널에 각종 자기계발 노하우를 전수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 2022년 발간한 자기계발 서적 ‘역행자’가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성공학 선두 주자’의 이미지를 굳혔다.

그러나 올해 2월 중순부터 일부 폭로 전문 유튜버들로부터 ‘실속이 없다’ ‘강의와 서적 파는 데만 집중한다’는 저격을 받으며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이상한마케팅’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합세하면서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다. 자신을 향한 논란을 일정 부분 인정한 은현장 씨와 달리 송 씨 측은 논란에 강력히 반발하며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근거 없는 비판이라며 의혹 제기 세력에 대한 ‘강력 대응’도 예고했다. 활동 역시 그대로 이어나갔다. 논란 이후에도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 게시글을 꾸준히 올렸다. 다만, 의혹이 제기된 후 여론은 반으로 갈렸다. 현재 자청 유튜브 채널 댓글에는 송 씨를 지지하는 의견과 비판하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대형 유튜버 2명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성공학’에 대한 회의론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들 논란이 증폭된 이후 ‘성공학 유튜버’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유튜버들이 올리는 영상마다 ‘실제 수익을 인증하라’ ‘홈택스를 공개해라’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식이다. 홈택스는 세금 신고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실제 소득이 표시돼 있어 소득 증빙의 도구로 쓰인다. 본인 성공담을 토대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가 많은 만큼, 정확한 소득을 공개하지 않으면 ‘성공팔이’로 간주하겠다는 여론이 강세다.

같은 시기 ‘성공학 유튜버’를 저격하는 폭로 유튜브 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동기부여 뒤집기’ ‘다크사이드코리아’와 같은 폭로 유튜버의 조회 수가 올해 2월 급격히 증가했다. 두 유튜버 모두 성공학 유튜버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채널이다. ‘동기부여 뒤집기’의 경우 2023년 11월 30일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38만회에서 2월 27일 기준 392만회로 치솟았다. 올해 1월과 2월에만 영상이 약 354만회 재생된 것. 같은 기간 다크사이드코리아 채널은 누적 조회 수 55만회에서 1259만회로 급등했다.

장사의 신 유튜브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컨설팅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각종 의혹에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며 현재 논란에 휩싸였다. (장사의 신 유튜브 화면 갈무리)
왜 대중은 ‘성공 포르노’를 외면하나

허위 영상에 실망, 실제 사기 사례도

콘텐츠 업계에서는 두 대형 유튜버의 몰락만으로는 대중의 ‘성공학 외면’을 다 설명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유튜버의 일탈은 ‘방아쇠’가 됐을 뿐, 그 전부터 대중들이 ‘성공 콘텐츠’에 상당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왜 대중들은 그렇게 열광하던 성공학에 고개를 돌렸을까.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자극적인 영상과 글의 범람이다. 성공학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차별화’를 위해 무리한 전략을 구사하는 제작자들이 급증했다. 눈에 띄기 위해 선을 넘는 발언을 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온라인 교육 업체 A의 광고다. A는 인기 성공학 강사 B씨의 강의를 홍보하기 위해 짧은 유튜브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해당 영상에서 B씨는 “이 나라에서 가난한 건 죄”라며 “이렇게 고도 성장한 나라에서 여전히 가난하다? 그건 정신병이라고 보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광고 전체는 자신의 강의를 들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었지만 가난을 ‘정신병’으로 언급한 대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광고가 송출된 2022년 2월 당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광고가 황당하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요즘 유튜브 광고 수준’ ‘가난은 정신병이라는 유튜브 광고’ ‘살다 살다 가난한 건 죄고 정신병이라는 광고도 보네’ 등 게시물이 연달아 달렸다.

현재도 유튜브에 들어가면 ‘2030세대가 돈을 못 벌면 바보다’ ‘놀면서 월 1000 버는 건 기본’ 등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창업 관련 영상은 ‘창업 안 하고 직장 다니는 건 바보’라며 직장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넣기도 한다. 자극적인 내용에 ‘성공 포르노’ ‘창업 포르노’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둘째. 경력을 믿기 힘든 ‘성공학 강사’가 많다. 성공학 콘텐츠 제작자 절대다수는 본인이 장사, 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공유하는 ‘선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라며 콘텐츠를 만든다. 처음 무료 영상을 제공할 때는 반발이 적다. 문제는 이들이 유명해진 뒤다. 유명세를 활용해 서적을 내고 비싼 강의를 판매하는 성공학 강사들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는데 왜 서적과 강의 판매에 목을 매느냐”고 비판한다. 실제로 허위 경력을 지적당해 강의 판매를 종료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적잖다. 연매출 5000억원, 사원 수 103명에 달하는 기업의 대표라고 본인을 소개한 C씨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브랜드 자사몰로 성공하는 비법’이라는 전자책 펀딩을 열었다. 그러나 C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는 연매출도 정확히 잡히지 않고, 실제 사원 수도 5명에 불과한 회사였다. 사실이 밝혀진 후 C씨는 회사 홈페이지, 와디즈 펀딩 페이지, 잡코리아 기업 정보 등을 모두 삭제하고 잠적했다.

셋째. 실제 사기 범죄자가 연루된 콘텐츠가 등장했다. 단순히 허위·과장하는 정도를 넘어 작정하고 사기 범죄를 저지르려는 시도가 일어나면서 ‘성공학’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펜싱 선수 남현희 씨에게 접근해 30억원대 혼인 빙자 사기를 저지른 전청조 씨도 ‘성공학’ 강의를 진행한 점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모 투자 전문가 초청으로 진행된 강의에서 전 씨는 자신의 투자 방법을 설명하며 “내가 너무 사기꾼 같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성공학 열풍이 불 무렵, 많은 성공학 유튜버들이 강의 판매를 진행했다. 사진은 자청 유튜버가 운영하는 ‘이상한마케팅아카데미’의 강의 신청 화면, 가격이 적혀 있다. (이상한마케팅 화면 갈무리)
성공학 콘텐츠 사라지지는 않아

무조건적인 신뢰는 금물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성공학 열풍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성공학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여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단, 성공학 콘텐츠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예측하는 관계자는 드물다. 출판 업계 관계자는 “재테크·자기계발 분야는 과거부터 인기가 높았고, 여전히 수요가 많다. 논란을 빚은 저자들의 서적은 퇴출될지 몰라도, 검증된 저자의 서적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학 콘텐츠에 대해 업계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쇼핑몰을 운영 중인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스토어 업계에서는 자기가 운영하는 쇼핑몰이 규모만 커지면 강의로 넘어가는 게 일상화됐다. 이들을 무조건 믿으면 곤란하다. 진짜 쇼핑몰을 잘 돌려 돈을 잘 버는 이들은 강의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라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