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선 운동” “여당 참패” 의사인가, 정치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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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이 “의사에 나쁜 프레임을 씌우는 정치인들에 대해선 진료실에서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한 데 이어 연일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의료 대란이 길어질수록 화살이 정부·여당을 향할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정치적으로 참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 생명을 책임진 의사 집단의 전·현직 대표가 정치인 입에서나 나올 말을 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대화의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복지부 장관 파면 등을 내걸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정부의 완전 굴복을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의대 증원에 찬성하나 의사들 입장에선 ‘2000명 증원’이 무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화 테이블에 나와 합당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내세우고 낙선 운동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협박하는 것은 의사답지 않다. 무리한 요구를 하며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극렬 운동꾼과 다를 게 없다.

임 당선인이 낙선 운동을 언급한 다음 날 충북 보은에선 물웅덩이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 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하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아이가 처음 이송된 지역 병원과 119가 충청권과 수도권 대학병원 10여 곳에 전원(轉院)을 요청했으나 “병상이 부족하다” “심정지 상태에선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전공의 파업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빈약한 지역 의료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왜 의료개혁이 필요한지를 알려준 비극적 사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의사 측은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내면서 의료개혁을 위한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란 숫자에 너무 집착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비타협적 태도로 일관하는 의사들 책임도 크다. 서로 절충하고 대화해야 한다. 정부든 의료계든 이를 거부하는 쪽은 국민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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