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 걸어온 안와르, 드디어 말레이시아 총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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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24. 오후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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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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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에서 취임 선서…"충성 바치겠다"
감옥으로 쫓겨난 '총리 후계자'의 부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AFPBBNews=뉴스1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로 야당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75)가 지명됐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와르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쿠알라룸푸르 왕궁에서 취임 선서를 진행했다.

말레이시아 정통 의상을 입은 안와르 신임 총리는 국왕 앞에서 "총리직에 임명된 후 모든 노력을 다해 정직하게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이며, 말레이시아에 충성을 바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말했다.

이날 말레이시아의 압둘라 아흐마드 샤 국왕은 각 주 최고 지도자들과 회의를 열고 안와르 전 부총리를 신임 총리로 지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의회 과반 의석(112석)을 확보한 정당이 정권을 이양받고, 국왕이 해당 정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한다. 제1당이 112석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엔 연립정부가 구성돼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9일 제15대 총선을 치렀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혼란이 이어져 왔다. 안와르 신임 총리가 이끄는 개혁 성향 정당 희망연대(PH)는 전체 222석 가운데 82석을 차지했다. 이어 무히딘 야신 전 총리의 국민연합(PN)이 73석,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현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이 30석을 얻었다.

이들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새 정부 출범이 지연됐다. 현 집권 정당연합인 BN은 야당으로 남겠다고 선언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던 중 국왕의 중재로 BN이 PN을 제외한 정당과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고, BN과 안와르 신임 총리의 PH가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안와르 신임 총리는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와 정치 활동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982년 35세의 나이로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본격 입문했다. UMNO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61년간 장기 집권한 정당이다.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이었던 그는 '말레이시아 국부'로 칭송받던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재무장관, 부총리 등을 연임하면서 마하티르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를 휩쓴 금융 위기 국면에서 마하티르와 정책 이견을 보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1998년 마하티르는 UMNO에서 안와르를 내쳤고, 그를 부패와 동성애 혐의로 기소했다. 안와르는 1999년 부패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았고, 이듬해에는 동성애 혐의로 9년형이 추가됐다. 당시 눈에 멍이 든 채 법정에 선 안와르의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됐고, 안와르는 '개혁'과 '투쟁'의 상징이 됐다.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2004년 안와르의 동성애 혐의 관련 판결을 뒤집고 그를 석방하라고 명령했다. 감옥에서 나온 그는 2013년 총선에서 야권 연합을 이끌기 위해 정계에 복귀했다. 그러다 다시 2015년 동성애 혐의가 인정돼 5년형을 선고받았고, 3년 후인 2018년 국왕 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이어 같은 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연방의회에 복귀했다. 로이터는 "안와르기 신임 총리로 임명되면서 수십 년간의 기다림을 드디어 끝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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