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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해봤어?", "확실해?" 라는 부담감을 밀어내는 힘

2023.02.16. 오후 8:38
by 연남동 심리카페 J

(이 글은 심리카페에서 새로 준비하고 있는 독서모임을 만들어가는 30일간의 기록과 생각을 담고 있고, 이 글이 네 번째의 글이랍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이런 생각을 했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이렇게 무언가 해서 달라질 것이 보이지 않을 때 갖게 되는 생각이죠.

어떤 면에서 보면, 그때와 지금과 크게 다른 것은 없습니다. 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심리카페 색깔을 녹여 넣은 독서모임이 어디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갖고 있는 생각도 추상적이어서 어떻게 될지 확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에게는 '이런다고 뭐가 달라진다고'라는 생각을 갖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말아버렸던 때에는 없었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 개 가요.

그것들로 인해 저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지금,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금 본 적도 해본 적도 없는 것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낮에 예약 손님 두 팀 상담해 드리고 저녁 먹고 다시 제 카페에 들어와 독서모임 관련 무언가 만들다가 네프콘(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글을 남깁니다. 여기에 글을 남기는 진행에 관한 언급과 내용과 실제 진행하고 있는 것과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뭐가 다른 것일까요?

저로 하여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 확실한 것도, 확신에 찬 것도 없는 상태에서 행동으로 옮겨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밀고 나가게 만드는 그것들은 무엇일까요?


그때는 없었고, 지금은 가지고 있는 것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자리 앞에는 A4 용지 크기로 출력한 네 개의 사진을 붙여져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흐르는 변화의 모습이 이 카페를 만들어갈 때 모습이랍니다. 조명에서부터 테이블, 평상 하나하나 직접 찾고 만들었답니다.

맨 오른쪽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습니다. 주택을 리모델링 하고 있었던 곳을 들어갔던 것이어서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전기와 수도관 작업을 빼고는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유튜브랑 인터넷을 검색해가면 하나하나 직접 하고 만들고 꾸몄었답니다. 페인트 조색에서부터 칠하는 것까지요.

직접 스스로 부딪히면서 만드는 시간 동안 깨닫게 된 경험들이 있습니다. 계획을 했어도 당일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기면 그거 수습하고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 어떤 일이 완성이 되는 것은 운 좋게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겨나지 않아서라는 것, 아무리 분석하고 알아보고 준비를 해도 상황은 그렇게 얌전히 가만히만 있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너 해봤어?

라는 말은 그냥 무시를 해도 된다는 것. 어차피 다짐이 아니라 결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 카페를 만들 때 저런 말에 상당 부담스럽기도 했고 겁도 났었어요. 그런데 지금 저는 알죠. 그런 말, 무시해도 된다는 것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설득해서 전달되는 것이 아닌 자기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지금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면 왼편에 인형들과 책이 놓여 있습니다.

양면테이프와 실리콘으로 붙인 거울 앞에 있는 노란색의 그림책과 두 권의 책은 제가 만든 1인 출판사에서 직접 쓰고 만든 책들입니다. 그림책이 영어로 되어 있는 건, 한글 버전의 책도 있는데 그건 다 나가고 영어 버전으로 만든 것만 남아 있어서랍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콘티를 짜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줄 일러스트를 만나 함께 만든 그림책이랍니다.

"할 수 있어, 할 거야"가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는 것은 분석하고 계획하고 다짐하고 결심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것과 그 생각을 현실에 실현시키는 것은 다른 느낌의 이야기이니까요.

지금 이 심리카페를 하기 전,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만들고 직접 서점들과 컨택을 해서 홍보와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어떨 때는 서점에 직접 책을 갖고 가서 담당자를 만나 드리기도 했었답니다.

1인 출판사라는 것이 꼭 그렇지는 않기도 하는데, 저는 정말 말 그대로 1인 출판사였습니다. 직원이나 동료, 동업자 등이 없이 직접 혼자 다 했었죠. 그래서 서점에 책을 갖고 가 담당자에게 갖다주었더니 담당자이신 분이 회사 돌아가시면 윗분에게 ~~~게 해달라고 얘기 전해주세요라고 말을 할 때 속으로 재밌었답니다. 속으로 '그 윗분이 저인데요'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만든 책으로 버스랑 전철에서 광고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소비자로 접하기만 했던 경험에서 생산자로 창작자로 경험을 했었답니다. 그것도 직접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낸 것들로요.

제가 그 당시 즐겨 듣던 라디오 방송의 광고 타임에도 책 광고를 했었죠. 처음 제가 만든 홍보 멘트가 담긴 광고를 듣게 되었을 때 얼마나 오글거리고 기분이 이상했었는지 모른답니다.

또한 국제 도서전에도 참가를 했었었죠. 사실 이때 도서전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생각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진다고'였었습니다. 그래서 부스는 배정받았었지만 참여를 안 할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었으니까요.

정말 억지스레 몸을 이끌어 제가 만든 책들을 갖고 가서 제 부스에 책들을 놓고 세팅을 했었었죠.

특히 이때 그런 경험을 했었어요. 도서전 하기 전날까지만 해도 어차피 도서전에 참가하고 뭐 한다고 해서 내 삶이, 내 상황이 달라질 것이 뭐가 있어?라는 생각에 무기력함이 가득했었죠. 도서전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려지지 않았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났었죠. 부스의 사람들과 친해졌었어요. 4일 동안 계속 이어지는 도서전이었었고, 벤처기업이었던 옆 부스 사람들은 저의 책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고, 사진에서처럼 나중에는 그곳의 마스코트인 판다 탈을 쓰고 장난치며 어울리기도 했었죠.

그리고 도서전이 끝나고, 그곳의 플랫폼에 저의 책들이 올라가게 되었고, 그곳의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만든 책들을 바탕으로 섬세한 사람들에 관한 '스토리 펀딩'을 하게 되었고, 그 스토리 펀딩을 통해 '섬세한 성격'에 관한 책의 출판 이벤트였던 <THE 민감한 상담소>의 담당 상담사로 일하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스토리 펀딩에 올렸던 섬세한 사람에 관한 글들을 보고 저 책의 마케팅 담당자가 저에게 연락을 취해왔었거든요.

또한 우연히 들렸던 작은 카페에서 거기 카페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사(?)를 받아 작년 9에 이렇게 채널을 만들어 '섬세한 성격인 사람을 생각하며 도움이 될 글들을 쓰고 있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관심을 받고 구독을 받게 되어 눈에 띄는 채널에 선정되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이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도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었어요. 두 달 동안 그냥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글을 올렸지만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란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글 조회 수도 구독자 수도 거의 0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런데 혹시 모르니깐 이는 생각으로 3개월만 꾸준히 써보자란 생각으로 썼었어요.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죠. 지금 어떻게 될 것이라는 확신도 그려지는 것도 없는 상황에서, 보이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딱 보이는 것들로만 상황을 예측해서 판단 내려버리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없었고, 지금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자기 경험들"입니다.

자기 경험

자기 경험은 설명하고 설득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직접 해서 갖게 되는 경험이니까요. 심리 카페의 모습이 녹아들여 있는 독서모임은 앞에 글에서도 이야기를 드렸던 것이지만 '자기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환경을, 분위기를 해드리고 싶답니다.

그래서 뭘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고, 당신이 당신의 선택들을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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