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살아난다]②"매출 80% 회복"…돌아온 외국인에 명동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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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28. 오전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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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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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상권, 평일 오후에도 관광객들로 북적
떠난 중국 관광객 자리에 동남아·일본 채워
곳곳 공실 있지만 3번가 대표 상권은 활기
"발 빠른 사람들 6개월 전부터 임대 계약"


"지난해와 비교하면 훨씬 낫죠.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매출이 80% 정도는 회복된 것 같습니다."

명동에서 45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A씨는 최근 명동 상권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화를 나누는 10여분 사이에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 여럿이 나란히 진열된 모자와 양말 등 잡화를 집어 들며 관심을 보였다. A씨는 "요즘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태국, 베트남, 홍콩 등 동남아 관광객 비중이 제일 크고, 일본 관광객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난해 초만 해도 손님이 아예 없었는데 이젠 살만하다"고 말했다.

지난 26~27일 이틀간 방문한 서울 중구 명동 상권에는 돌아온 외국인 관광객과 함께 활기가 넘쳤다. 코로나19 확산 전 명동 중앙로가 중국인 관광객, 노점상, 쇼핑객 등으로 발 디딜 곳 없이 꽉 찼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2020~2022년 명동 상권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았을 때와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오후 4시 이후에는 평일임에도 중앙로와 일부 골목은 늘어난 인파에 빠르게 걷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26일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명동에서 만난 직장인 B씨(35)는 "지난해만 해도 저녁에 명동에 오면 사람이 별로 없고 공실도 많아서 조금 무섭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젠 확실히 거리가 붐비고 밝아졌다"며 "코로나19가 정말 끝났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명동 곳곳에선 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가족 단위 여행객과 3~4명이 함께 캐리어를 끌고 있는 단체 관광객이 자주 보였다.

줄지은 외국인 관광객의 문의에 바쁘게 일하던 서울시 관광안내사는 "보시다시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며 "일본인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에서도 많이 오시고, 지난해와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이같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내수 회복을 뒷받침해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2월 124만7337명이었던 관광 목적 외국인 입국자 수는 이듬해 4월 5135명으로 급감한 뒤 2년 동안 10만명 아래에 머물렀다. 팬데믹 공포가 사그라든 지난해 6월부터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3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1~3월 외국인 관광객은 총 125만96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473명)에 비해 무려 37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전과 달라진 명동 상권의 특징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그 자리를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채웠다는 점이다.

명동 3번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코로나19 이후로 중국인 유학생이나 대만 사람들은 보이는데 중국 관광객은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요즘 명동 관광객은 다국적"이라고 했다. 명동 CJ올리브영 등 화장품 가게나 인근 백화점, 길거리에는 중국어보다 일본어 대화가 더 많이 들렸다.

명동 상인들 사이에선 중국인 단체 관광까지 풀리면 명동 상권이 더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불허와 한중 간 항공편 부족 등으로 회복이 더뎌 전체 방한 관광객 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중국 관광객 회복 여부는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동에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높은 관심도 확인됐다.

이날 명동 지하상가에 있는 K-팝 CD 판매 매장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로 통로가 혼잡해지자 한 매장에는 '앨범 구입 후 지하상가 이외 장소에서 개봉해달라'는 안내판까지 붙었다. 명동 지하상가의 한국 연예인 굿즈 판매점에서 일하는 C직원은 "BTS 상품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에 대한 관심도 많다"며 "최근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중구 명동 지하상가에 있는 K-팝 CD 판매가게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명동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임대료도 오르고 있다.

명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회복되기 6개월 전부터 이미 발 빠른 사람들은 임대료가 낮아진 틈을 타 많이들 임대 계약을 맺었다"며 "아직 1번가 쪽에는 공실이 좀 있지만 3번가 쪽에 1층 공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로는 매월 임대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다"며 "지금 추세로 내년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수가 많이 살아났지만 아직 코로나19 후유증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최근 관광객이 많이 늘었어도 지난해부터 쌓인 적자와 고금리에 "여전히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 명동에 액세서리 매장을 열었다는 E사장은 "2020년 2월 중순부터 매출이 내려가기 시작해 이 큰 매장에서 하루에 10만원씩 팔고 임대료 몇천만원씩 냈다"며 "3년 동안 버티면서 은행에서 수억원을 갖다 썼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장사가 잘되고 있는 건 맞지만 대출 원리금 때문에 벌어서 다 은행 갖다준다"며 "급여 주고 임대료 내면 제 통장은 맨날 빈 통장 같다"고 했다.

27일 서울 중구 명동 상권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에 '직원 구함' 용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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