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시대,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도태된다
당신을 궁극의 승자로 만들 진짜 능력은 무엇인가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4차산업혁명’, ‘포스트휴먼’은 먼 미래의 일인 줄 알았다. 심지어 ‘포스트코로나’나 ‘언택트’나 ‘넥스트노멀’과 같은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이런 개념들이 낯설 수 있겠지만 그들도 생활에 내밀하게 육박해 들어온 생경한 환경 자체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도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데 이 변화는 미처 따라잡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나만 그대로이고 모든 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냥 무작정 달리면 되지 않느냐고? 그럼 방향은 어떻게 할 텐가?
그러니까 그냥 달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첨단 산업 전반을 아울러 성찰해야만 하는 산업공학이라는 분야에서 교수로 오래 재직하며 혁신에 대해 강구해 온 임춘성 교수는 다가올 시대에 개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꺼내놓는다. 그 목록은 분류, 지향, 취사, 한정, 표현, 수용, 매개, 규정, 전환이다.
얼핏 그럴듯하면서도 딱딱한 단어들을 쭉 늘어놓은 것 같지만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이 9가지 역량을 얼마나 오해하거나 오용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각 역량은 3개씩 ‘세상을 쫓아가는 역량’, ‘세상과 함께하는 역량’, ‘세상을 앞서가는 역량’의 상위 항목으로 묶인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책이 서핑 코칭북이라면 저자는 미래라는 파도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든 유연하게 타고 넘어갈 수 있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할 것을 당부한다. 잔기술을 부리기보다 단단하고 날렵한 보드를 깎고 튼튼한 하체 근육을 키우고 무너지지 않는 자세를 단련하자는 것이다.
능력이라는 퍼즐로 역량을 잘 조합해내는 자들이
결국은 게임을 압도할 것이다
각 역량을 제시하는 패턴은 ‘왜, 무엇을, 어떻게’와 같다. 먼저 왜 이 역량이 필요한지 예시를 들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역설한 후 어떻게 적용하면 되는지 서술한다. 설득을 위해 저자는 수많은 예시를 끌어들이는데 그 모든 것들이 저자가 그간 보고 듣고 읽은 구체적인 경험을 가공한 예시이기에 생생한 실제를 상상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패턴으로 분류된 여러 문제 상황의 필요 역량을 세 가지 능력의 조합으로 도출하는 마지막 ‘팔로우업’ 챕터는 각 문제가 길게 늘어지지 않고 역량 조합과 만나 해결되며 깔끔하게 닫힐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마지막까지 책의 신뢰도를 높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혁신 전략을 전수하는 저자의 어조이다. 저자는 짐짓 위엄 있는 척하거나 윽박지르는 대신 주저하는 독자를 어르고 의심하는 독자를 달래면서 논지를 밀고 나간다. 자신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가상의 물음에 정성스레 응답한다. 때로는 자신이 역설한 행동 지침을 자신 또한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먼저 고백하는가 하면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와는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 천진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의 목소리는 친근하고 재치 있으며 겸손하고 사려 깊기에 종종 뜻밖의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마음씀이야말로 막연하고 불투명해 보이는 ‘역량’ 혹은 ‘삶의 지혜’를 (사실은 절대 손쉽지 않을 테지만) 손쉽게 비유로 제련하게 하는 힘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