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에 큰 손실 끼치고 ‘1박 260만원’ 호화 출장 다닌 탈원전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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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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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뉴스1

샹그릴라 더 샤드 런던 호텔.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022년 출장 때 1박에 260여만원을 주고 이 호텔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더 샤드 인스타그램

문재인 정부 탈원전의 주역인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해외 출장 중 1박에 260여 만원짜리 호텔에 묵은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 3박5일 출장에서 3박 모두 시내 중심가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냈다.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숙박비 상한액의 2.7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는 재직 기간 중 16번 해외 출장을 갔는데 12번을 1박당 100만원이 넘는 곳에서 투숙했다. 회사는 미수금이 쌓여 가고, 가스 요금 인상으로 국민 고통이 가중됐는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사장은 초호화 출장을 다녔던 것이다.

산업부 실장 출신인 그는 청와대 비서관 시절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으로 영구 폐로를 주도했고, 그 뒤 가스공사 사장이 됐다. 당시 산업부는 청와대서 퇴직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를 위해 1차 최종 후보 2명을 모두 퇴짜 놓고, 10개월간 자리를 비워둔 끝에 자격을 만들어 사장에 앉혔다. 조작까지 해가며 원전 가동을 중단시킨 ‘공로’의 대가였다.

탈원전으로 단가가 비싼 LNG 수입이 급증했지만, 지난해 가스공사는 수요 예측을 잘못해 중국·일본·대만 등 주변국보다 10~30% 비싼 가격에 LNG를 들여왔다. 지난해 수입액이 전년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가스 요금 인상은 지연돼 적자에 해당하는 미수금이 지난해 9조원까지 쌓였다. 올 1분기엔 11.6조원까지 늘었다. 그는 재무 상태와 관계없이 전년보다 43% 오른 2억여 원의 연봉을 지난해 챙겼고, 임원들 연봉도 평균 30% 올려줬다. 가스공사 농구단엔 연봉 1억원이 넘으면서 하는 일은 없는 ‘총감독’과 ‘외부단장’직을 신설해 고교 동문들을 앉혔다. 청와대 비서관 재직 땐 탈원전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을 뿌리째 흔들더니, 알짜 공기업으로 옮겨선 부실을 키우고 회삿돈을 자기 마음대로 썼다.

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그가 집행한 탈원전의 여파로 경제와 가계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수조원씩 흑자를 내던 한전이 부실 기업으로 전락했고, 가스공사에선 조 단위로 미수금이 쌓여 간다. 국민은 뒤늦게 날아드는 전기료·가스료 인상 고지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모든 사달의 한가운데 있었던 사람에게서 미안함은커녕 최소한의 도덕 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공직자를 뒀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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