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이성진 감독 “이제 한국인 관점이 세계인의 관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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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20. 오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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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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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8관왕 ‘성난 사람들’ 이성진 감독 인터뷰

“지금 미국인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궁금해해요. 미국인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는 내 안에 있어요.”

한국계 미국인의 삶은 가혹했다. 학창 시절 놀림, 부모의 과도한 기대, 가난과 차별. 그 모든 경험을 담아낸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 감독상, 각본상 등을 받은 이성진 감독은 "가혹한 삶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로 감독상 등을 받은 이성진 감독은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에미상은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이날 ‘성난 사람들’은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 교포다. 그는 부모님 때문에 일리노이·루이지애나·미네소타·아이오와·텍사스·필라델피아 등 6개 주(州)를 옮겨 다녔다. 그는 “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니면 눈치가 는다”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능력은 좋은 작가가 되는 데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집안은 김치찌개를 즐겨 먹는 전형적인 한국계였다. 한인 교회도 열심히 다녔다. 부모님은 그가 열심히 공부해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직이 되길 원했다. 그도 처음에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는 “은행에서 일하는 삶은 너무 불행할 것 같아,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학창 시절은 쉽지 않았다. 출석을 부르던 선생님은 그의 이름을 잘못 발음했다. 친구들도 그의 이름을 엉터리로 부르며 놀렸다. 그때 그는 이름을 ‘소니(Sonny) 리’로 바꿨다. 5~6년 전부터 미국엔 ‘다양성’ 열풍이 불었다. 다시 이름을 ‘이성진’으로 바꾼 그는 “미국인들은 봉준호·박찬욱을 부를 때면 실수하지 않는다”며 “나도 ‘이성진’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난 사람들’은 5년 전이었으면 절대 탄생하지 못했을 작품”이라며 “한국인의 관점이 곧 세계인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에게 중고 마쓰다 미니밴을 받으며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는 그는, 5~6년 전 BMW를 몰던 백인 남성에게 욕먹고 ‘성난 사람들’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한국 영화와 배우에 관심이 많다”며 “송강호, 이병헌, 배두나, 정호연, 윤여정 등과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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