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4선 의원 겸 외무성 부대신이 영접
尹대통령 펠로시 안 만났지만, 기시다 총리는 조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밤 일본에 도착했다. 전날 한국에 도착했을 때 펠로시 의장을 영접한 한국 측 관계자가 아무도 없어 ‘의전 결례’ 논란이 일었던 것과 달리, 일본은 4선 의원 출신 외무성 부대신(차관)이 펠로시 의장을 공항에서 맞이했다.
일본 NHK는 펠로시 의장 등 미 연방 하원 의원단이 탑승한 전용기가 이날 오후 9시50분쯤 도쿄 외곽 후사에 있는 주일미군 요코타(横田)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 8시15분쯤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탑승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펠로시 의장이 전용기에서 내릴 때, 일본 측에서는 오다와라 기요시(小田原潔) 외무성 부대신이 활주로에 나와 영접했다. 오다와라 부대신은 집권 자민당 소속 4선 중의원(하원) 의원이다. 지난해 10월 기시다 내각에서 부대신(차관) 인사 때 외무성 부대신으로 발탁됐다.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 투자은행(IB)에서 근무했다.
이와 달리 펠로시 의장이 전날 오산기지에 오후 9시26분쯤 도착했을 때에는 영접 나온 활주로에 한국 측 관계자가 아무도 없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공개한 입국 당시 사진을 보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측 인사들만 영접을 나갔다.
‘의전 결례’라는 비판이 나오자, 대통령실과 외교부, 국회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펠로시 의장 방한에 따른 공항 영접 등 제반 의전은 (상대인) 우리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상, 의전상 관례”라고 했다.
또 최 수석은 “미국 측이 영접을 사양해 우리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진 하진 않는 것으로 양측간 양해와 조율이 된 상황으로 안다”며 “확인해보니 국회 의전팀이 (공항에 나가) 영접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 더군다나 공군기지를 통해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외국의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서는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미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나 최근 다른 나라 국회의장 방한 시에도 정부 측 영접 인사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국회 관계자는 “영접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군데에서 (미국 측에)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펠로시 의장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회담과 오찬에 대해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고, 김 의장과 대한민국 국회의 환대에 대해 ‘너무 고맙다’고 감사 말씀을 여러 차례 했다”며 “이런 분위기로 봐서는 펠로시 의장이 (의전 결례로) 불쾌해했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 정부는 펠로시 의장을 영접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그건 대만 사정”이라며 “대만에서 (영접을) 나갔다고 해서 우리도 꼭 나갔어야 했나.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NHK는 펠로시 의장이 오는 5일 오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조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 순방 중인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 말레이시아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회동을 가졌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휴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가, 비판이 일자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윤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과 하원 의원단,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 7명과 4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