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또 구속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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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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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당합병건, 다음 달 5일 1심 선고
수백회 법정 출정에 정상 경영 어려움
실적 저하…글로벌 1위 자리도 내줘
속없이 12조 상속세 납부에 기부까지


“또 구속되나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불법 합병·회계 부정’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당초 26일 1심 선고가 열리기로 했다가 다음 달 5일로 연기됐다. 재판부의 고심이 역력한 모습이다.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합병후 무려 5년이 지난 2020년 6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사전에 승계계획을 마련했고,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선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삼성으로서는 이번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또다시 ‘총수 구속’ 사태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도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진행 중에 부당 합병 의혹 사건으로 별도 기소되면서 경영활동에 복귀한 이후에도 지난해 11월까지 1∼2주에 한번 꼴로 법원에 출석하며 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재판에서 이 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무죄 판결이 내려지거나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으면 구속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회장 측 손을 들어주더라도 검찰이 항소하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길게는 3~4년 더 걸릴 수 있다.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해 햇수로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안팎에선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업인들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불만이 많다. 특히 삼성에 관해선 더욱 심하다는 반응이다. 이 회장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도 받고 있고, 삼성 직원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혐의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과의 ‘불꽃 소송’이 이뤄지는 사이 삼성전자의 실적도 꼬꾸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2022년의 경우 전년 대비 8조 원 가량 줄어든 43조 3800억 원이었고, 지난해엔 전년 대비 무려 85% 감소한 6조 5400억 원이었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이어서 이 같은 실적은 국민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2022년 대만의 1인당 GDP는 3만 2811달러로 한국의 3만 2237달러보다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대만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줬고, 그룹의 핵심 먹거리였던 반도체 부문의 매출 1위도 미국 인텔에 넘겨줬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지리한 소송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이 수백회 법원에 출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출장은 물론이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필요한 대형 M&A(인수합병)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M&A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됐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들은 2021년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수조 원대에 달하는 대규모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이후 오너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만 12조 원에 달했고, 이들은 “성실히 납부하겠다”며 국가를 상대로 감액 등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통령들은 삼성에 창조경제, 반도체 등에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를 요구해왔다. 그것도 모자라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법원 출정 시간을 피해가면서 해외 출장에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글로벌 마케팅과 광고 등을 진행했다. 재계 총수들을 향해 “우리 경제의 파수꾼”이라고 추켜세우던 정치인들은 지금 이 시점에 어디에도 없다.

이 회장은 지난해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 가운데 있습니다. 부디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배동진 서울경제부장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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