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나라’마저 돌아섰다…네덜란드 ‘난민문제’로 연정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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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뤼터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하우스텐보스궁에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에게 내각 총사퇴 소식을 전달하고 나오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데일리안 = 김상도 기자] 네덜란드 연정이 이민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해 끝내 붕괴됐다.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여 다양성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한 네덜란드가 이민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적 혼란에 빠져든 상황이 유럽이 겪고 있는 난민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헤이그 하우스텐보스궁에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에게 내각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연정 파트너 간 이민정책을 둘러싸고 눈덩이처럼 커진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휴가를 서둘러 마치고 복귀한 알렉산더르 국왕은 사직서를 수리했다. 2010년부터 13년째 정부를 이끌고 있는 뤼터 총리는 16년간 재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에 이어 유럽 두 번째 장수 총리였으나 ‘이민정책의 벽’에 걸려 결국 낙마했다.

현재 네덜란드 연정에는 뤼터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VVD)과 기독민주당(CDA), 보수 성향의 기독교연합당(CU), 진보 성향의 D66 등 4개 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정은 2021년 3월 총선 이후 장장 10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2022년 1월 가까스로 출범했는데, 18개월도 지나지 않아 무너진 것이다.

네덜란드 연정이 붕괴된 이유는 난민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전쟁 등의 여파로 망명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올해 네덜란드에는 유럽 ‘난민 위기’가 있었던 2015년 이후 최대 규모의 이민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로의 망명 신청 건수는 2021년 3만 6620건에서 2022년 4만 7991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말까지 난민유입 규모는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 신청자의 대부분은 내전을 겪은 시리아 출신이다.

이에 VVD는 지난 5일 네덜란드로 들어와 있는 전쟁 난민의 가족들을 월 200명까지 제한하고 어린 자녀를 데려오려고 할 경우 최소 2년을 기다리게 하자고 제안하자, 기독교 교리에 충실한 CU와 좌파 정당인 D66은 “부모와 자식을 갈라놓는 조치”라며 VVD의 제안에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법안 통과에 실패했다. 시흐리트 카흐 D66 대표이자 재무장관은 “건설적으로 대화에 임했지만 불행하게도 간극은 타협이 불가능한 수준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올 11월 이후 총선을 치러 새 정부를 꾸려야 하는데, 총선 예상 시점으로는 오는 11월 중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 상황으로선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는 우파 정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의 이달 여론조사에서 신생 우익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27%로 1위를 차지했다. 뤼터 총리의 VVD는 21%로 2위, 반이민 정책의 선봉장인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14%로 3위에 올랐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이미 반이민 기치를 내건 극우 정당의 부상을 경험했다. 이탈리아와 핀란드에는 극우 정권이 들어섰고, 스페인에서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극우 야당 복스(Vox)가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과 연합해 승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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