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마황제 같다” 했다고…노벨평화상 수상자 미국비자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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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4.02. 오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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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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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중남미 평화협정 이끌어 노벨평화상 수상
트럼프 행정부에 쓴소리 뒤 “비자 취소”
“미국 여행 계획 없어 아무런 영향 없어”


오스카르 아리아스(84)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자 198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1일(현지시간) 산호세에 있는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제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힐난한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

오스카르 아리아스(84)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산호세에 있는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제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트럼프 정부는 불행히도 독재 정권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라나시온 등이 보도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어차피 미국 여행 계획이 없어 아무 영향이 없다”면서 “취소 이유는 알지 못하며, 코스타리카 정부가 개입한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비자 취소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두 차례(1986∼1990년·2006∼2010년) 집권한 아리아스는 지난달 4일 로드리고 차베스 현 정부의 대미 외교 전략을 “복종적”이라고 규탄했다.

또 관세를 무기화해 국제 사회에 충격파를 던지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은 규모의 국가가 미국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미국 대통령이 로마 황제처럼 상대방에 명령조로 지시하는 경우엔 더 그렇다”며 “제가 국정을 운영할 당시 코스타리카는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바나나 공화국은 주로 1차 산업에 의존하며 국제 자본 영향을 받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남미 국가를 경멸조로 일컫는 표현이다.

아리아스는 또 “미국은 적을 찾는 국가로서, 오늘날 그 적은 중국”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빌미로 군사비 증액을 정당화한다”고 덧붙였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 사령탑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코스타리카 방문을 계기로 이런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고 라나시온은 전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루비오 장관 귀국 후 미국에서 추방된 제3국 이민자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리아스 전 대통령은 1980년대 내전으로 혼란한 중미 문제 해법으로 ‘군사력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던 미국 등 열강의 움직임에 반대했다.

이어 인근 국가들과 평화 협정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평화재단을 설립해 군비 감축 운동을 펼치며 현지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2019년에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성추문 의혹으로 피소되기도 했지만, 사건 관계인의 고소 취하와 검찰 공소 취소 결정 등으로 혐의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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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김수한 기자입니다. 어부사의 한 구절을 좋아합니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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