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대 가려 자퇴…'의대생 사관학교'된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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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14. 오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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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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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포기하고 의대로
지난해 자퇴생 330명 역대 최대
의대 정원은 20년째 그대로

수재들 의약계 쏠림현상 심화
취업난에 전문직 선호도 높아져
지방의대 합격선도 계속 상승
한국에서 의대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는 어디일까. 정답은 ‘서울대’다. 의대 정원이 많아서가 아니다. 다른 학교 의대에 가기 위해 자퇴하는 학생이 증가해서다. 작년 서울대 자퇴생은 330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의대 진학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재학생 만점자 2명 모두 의대 지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입시업계에선 수재들의 ‘의약계 쏠림현상’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 자퇴생 86% 대부분 의약대 진학
13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서 내놓은 2023학년도 자연계열 정시지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이공계열 최상위학과인 컴퓨터공학부(국어·수학·탐구 표준점수 기준)는 407점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전국 34개 의대 가운데 이보다 합격선이 높은 곳이 17개 대에 달했고, 단국대(천안) 동아대 전남대 등 7개 대학은 서울대 컴공과와 점수가 같았다.

서울대 자연계열 일반학과의 평균 합격선은 399.2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의대 최하위권인 제주대 조선대 등(401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약학과도 강세다.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인(in) 서울’ 약대 합격선이 396~397점으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등 자연계열 중위권학과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자퇴생은 2019년 193명, 2020년 264명, 2021년 330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작년 자퇴생의 86%가 자연계로 대부분 의약대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의대의 합격선이 서울대 주요 학과를 넘어서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그전까지는 연세대와 고려대 이공계열 점수가 지방 의대보다 높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의약대의 합격선도 계속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밥그릇 지키기’에 묶인 의대 정원
의사 소득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도 의대 선호 경향이 강해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올 7월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인 201만 명의 소득을 분석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의사 평균 연봉은 2억3070만원이었다. 대기업 직원 평균(7008만원)의 세 배를 넘는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고소득 직업 순위에서 상위 10개 직업 중 9개가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의사였다. 임금상승률도 일반직보다 가파르다. 2010~2020년 연평균 인상률이 5.2%(고용노동부)에 달했다.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장의 최근 5년 평균 인상률(3.6%), 공무원 평균 인상률(1.9%)보다 높다.

한국 의사 수는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량은 약 3배 높다. 의사 1명이 진료하는 환자 수가 OECD 평균의 6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반발하고 있어서 20년째 3000명 선에 머물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공청회를 통해 필수의료 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기에서도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빠졌다. KAIST·포스텍 등이 의사과학자 전문양성을 위한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의협의 ‘밥그릇 지키기’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수요와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수재들의 의약대 쏠림현상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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