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퇴생 330명 역대 최대
의대 정원은 20년째 그대로
수재들 의약계 쏠림현상 심화
취업난에 전문직 선호도 높아져
지방의대 합격선도 계속 상승한국에서 의대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는 어디일까. 정답은 ‘서울대’다. 의대 정원이 많아서가 아니다. 다른 학교 의대에 가기 위해 자퇴하는 학생이 증가해서다. 작년 서울대 자퇴생은 330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의대 진학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재학생 만점자 2명 모두 의대 지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입시업계에선 수재들의 ‘의약계 쏠림현상’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 자연계열 일반학과의 평균 합격선은 399.2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의대 최하위권인 제주대 조선대 등(401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약학과도 강세다.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인(in) 서울’ 약대 합격선이 396~397점으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등 자연계열 중위권학과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의사 수는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량은 약 3배 높다. 의사 1명이 진료하는 환자 수가 OECD 평균의 6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반발하고 있어서 20년째 3000명 선에 머물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일 공청회를 통해 필수의료 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기에서도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빠졌다. KAIST·포스텍 등이 의사과학자 전문양성을 위한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의협의 ‘밥그릇 지키기’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수요와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수재들의 의약대 쏠림현상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