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후보들 “그간 권력이 너무 오만… 그래도 화 풀고 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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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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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읍소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조해진, 안철수, 정운천, 윤상현 후보./연합뉴스·뉴스1·이덕훈 기자

공수처 수사 도중 대사에 임명돼 논란이 됐던 이종섭 호주 대사가 29일 사임하자, 4·10 총선 격전지와 험지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여당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들은 “친윤 핵심들이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할 때 동조하거나 방관했던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도 “’이종섭·황상무 사태’ 등으로 정권 심판론을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해야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오산 유세에서 “이종섭 호주 대사가 외국에 나가 있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하니 제가 귀국시키지 않았나”라며 “정부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제게 이야기해 달라. 정부와 여당을 여러분 마음에 들게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쪼대로(마음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여러분 눈치는 무지막지하게 본다”고 했다. 정권 심판론이 확산하고 선거 판세가 어렵다는 관측이 잇따르자, 한 위원장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강조하던 기존 연설에 유권자들에게 읍소하는 메시지를 더한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조해진 경남 김해을 후보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일련의 사태에서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비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이대로 총선에서 참패하면 보수 세력도 야당의 공격에서 윤 대통령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는 통화에서 “권력은 겸손해야 하는데, 너무 오만한 모습을 보여준 게 누적됐다”며 “결국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고집을 꺾어야 한다. 그게 총선 승리의 열쇠”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며칠 안으로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 동작서 유세 -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29일 국민의힘 한동훈(가운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에서 장진영(동작갑), 나경원(동작을)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정운천 전북 전주을 후보도 본지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며 “제가 윤 대통령을 대신해서라도 화난 주민들의 마음을 풀어 드려야 할 것 같아 죄인을 실어 나르는 수레 속에 들어가 유세를 하고 있다. 정권 심판론 때문에 나는 무슨 얘기를 해도 안 통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 출신인 권영세 서울 용산 후보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유연성을 보이는 게 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마피아도 아이와 아내는 안 건든다”며 “민주당이 다 지나간 일들을 가지고 얘기하고 또 얘기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도권 후보들은 “여전히 김 여사 문제를 제기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데 민심과 동 떨어진 이야기”라고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종섭 대사 사퇴로 악재를 털어냈고, 야당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바닥을 친 지지율이 반등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말이 나왔다. 여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공영운(경기 화성을), 양문석(경기 안산갑), 김기표(경기 부천을) 후보 등의 부동산 문제를 제기하며 “겉으론 선량한 척하면서 실제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 탐욕을 실현한 위선자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 후보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표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날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 유세에서는 장진영 동작갑 후보가 “방금 속보가 떴다. 이종섭 호주 대사가 사임했다”고 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나왔다. 장 후보는 “이 문제가 오늘 비로소 해결됐다. 이렇게 될 걸 왜 이렇게 끌었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좋은 결단을 내려준 이 대사와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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