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봄 못 넘겨” 예견한 윤여준…“매일 술, 판단 흐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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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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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화면 캡처

윤석열 정권이 내년 봄을 넘기기가 힘들 것 같다고 예상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수준이 너무 낮아 우리 국민을 통치하기에 매우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보수 진영 책사로 불리는 보수계 원로 윤 전 장관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예상했던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이) 봄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본 사람이 나뿐이겠나. 국정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게 드러났으니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8일 같은 방송에서 “내년 봄에는 여권발 ‘임기 단축 개헌’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예견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이 지속되면 정권 유지가 어렵고 국정 동력마저 잃게 되기 때문에 여권에서 타개책으로 개헌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윤 전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엉뚱한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며 “우리 국민을 통치하기엔 정치 수준이 너무 낮았다.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그는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권력에 도취된 면이 있어 보인다. ‘뭐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식의 민주주의 국가 대통령으로서 해선 안 되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며 “현실이 어려운데 돌파할 길은 안 보이고 민심은 떠나 지지도가 2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 자신이 아무것도 못 하는 식물인간이 된다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엉뚱한 발상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진행자가 ‘대통령이 술을 굉장히 즐겼다고 하더라’고 묻자 윤 전 장관은 “들리는 말로는 거의 매일 밤 새벽까지 마셨다더라. 판단력이 이미 흐려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술을 그렇게 먹고 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단체로 불참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비굴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과오라고 하더라도 그걸 지금까지 뒷받침해 온 건 여당 아닌가. 국민에게 사죄부터 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계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분노가 생기더라”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뉴시스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홀로 남아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안 의원 정치 입문) 초기에 인연이 있었는데 ‘많이 달라졌네’ 싶어 놀랐다”며 “예전에는 정치적 판단이 조심스러워 보일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원숙해지고 의연해졌더라. 동조하지 않고 자기중심을 잡는 걸 보고 ‘안철수 다시 봐야겠네’ 생각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선 “현실 정치의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분인데, 원숙한 경지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 그럴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자기중심을 잃었다”면서 “특별히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 정치적 미숙성(이라고 봤다)”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화면 캡처

지금으로선 탄핵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윤 전 장관은 조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범한 정치적 과오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건데 (국민의힘은) 어떤 명분으로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건가”라며 “그건 국민에게 용납이 안 된다. (탄핵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탄핵으로 가는 게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도 안 된다”면서 “끝났다. 길이 보이는데 왜 자꾸 구차한 모습을 보이나. 같은 파평 윤씨로서 괴로워 죽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원칙과 정도를 따라야 자기들도 산다. 잔머리 굴려 살아남으려 하다간 아주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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