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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리티]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그렇게 참배우가 된다

입력2025.03.29. 오전 11:00
수정2025.04.09. 오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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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 사진=넷플릭스


아이유는 언제나 신중하게 자신의 경계를 넓혀왔다. 그의 위치라면 더 예쁜 역할, 더 가볍고 재밌는 이야기, 더 많은 환호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겹겹의 서사가 치밀하게 녹아든 먼 시대, 먼 땅의 어려운 이야기 '폭싹 속았수다'를 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옳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한 여자의 일생이자, 두 세대의 삶이 교차하는 이야기다. 이 서사의 중심에는 배우 아이유가 있다. 그는 극 중 애순과 금명, 1인 2역을 연기한다. 이 둘은 단순하게 다른 인물이 아닌, 어머니와 딸이라는 혈연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해 아이유는 한 인물의 인생을 살아낸 뒤, 그 인물의 자식으로 다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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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이번 1인 2역은 단지 외형이나 시대 차이를 표현하는 기술적인 과제는 아니었다. 두 인물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유산과 생의 리듬까지 연기해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아이유는 그 무게를 꿋꿋이 감당해 내며 애순과 금명 모두를 제 안에 꽉 움켜쥔다.

그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시청자가 애순의 시간을 충분히 사유하기도 전에 금명으로 다시 등장한다. 놀라운 건 인물 전환에서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유가 두 인물의 정서적 연속성을 절묘하게 잡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명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자아가 채 성숙하기도 전에 부모가 된 인물이다. 헤아릴 수 없는 자식을 잃은 상실도 겪은 이다. 금명은 그런 엄마 애순의 애환과 상처를 모두 목격하고 자란 인물이지만, 동시에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 신념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다. 아이유는 그 복잡한 감정 구조를 유전처럼, 혹은 본능처럼 자연스럽게 체화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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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감정 연기의 절정은 금명이 결혼하고자 한 연인 영범(이준영)의 어머니 부용(강명주)과 마주한 장면에서 터진다. 금명이 자신의 부모를 괄시하는 부용에게 "저는 아빠 손 안 부끄러워요"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짧은 대사지만 그 안에는 자존감과 두려움, 내면의 상처가 함께 배어 있다. 아이유는 그 한 줄을 내뱉기까지 심리적 흐름을 정확히 설계하고 연기한다. 이어 영범에게 "이런 결혼 어떻게 해. 우리 엄마 아빠 울어"라며 감정을 터뜨리는 모습은 단순히 사랑의 실패가 아닌, 금명이란 인물이 꼭 끌어안은 가족애의 외부적 외면의 상실로 읽힌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철저히 금명의 것이면서도, 동시에 애순의 과거와 이어진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아이유가 어머니 연기다. 그가 연기한 애순은 자식 때문에 생의 의지를 잃고, 또 자식 덕분에 생의 의지를 새기는 인물이다. 아이유는 그런 애순의 다단함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속으로 삭히며 눌러 담은 자책, 눈길 하나에 묻어나는 후회와 그리움 같은 것들이 아이유의 얼굴 위에서 근사하게 펼쳐진다.

금명은 그런 애순의 그림자를 딛고 제 삶을 살아내려는 딸이다. 애순이 세상을 견디기 위해 꿈을 닫았다면, 금명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닫는다. 이 흐름에서 아이유는 두 인물을 구분 짓는 데 급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사이에 흐르는 공통의 감정을 하나의 결로 엮어내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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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는 여성의 생애를 관통하고, 한 세대의 삶이 다른 세대에게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이유는 그 중심에서 한 집안의 시간을 살아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삶의 무게로 와닿는다. 두 인물 사이를 잇는 것은 분장이나 스타일이 아닌 감정의 진심이었고, 아이유는 그 진심을 꽉 붙든 채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아이유가 배우로서 더 이상 이전의 이미지로 정의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는 이제 자신만의 언어로 연기하고, 자신만의 감정으로 인물을 설득한다. 노래도, 스포트라이트도 아닌, 가장 조용하고 진심 어린 방식으로. 아이유는 또 한 번 자신의 경계를 넓혔고, 그 확장은 어느 때보다 또렷한 성취로 남게 될 것이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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