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韓정부 산하 재단이 日전범기업 대신 강제징용 배상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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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06. 오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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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 기자회견서 '정부 입장' 발표
대법원 판결에 따른 日 전범기업 책임 안 물어
포스코 등 '청구권협정 수혜' 韓기업이 재원 마련
박진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아"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우리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공식 발표한다. 뉴스1


정부가 6일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공식 발표했다.

대법원이 2018년 10월과 11월 피고기업(신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지 4년 4개월 만이다. 피해자 단체는 판결에 명시된 일본 전범 기업의 책임은 묻지 않게 돼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퇴색했다며 반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지난해 4차례 민관협의회와 지난 1월 공개 토론회, 외교 장관의 피해자·유가족 직접 면담 등 국내적 의견 수렴과 5차례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 등 대일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안을 발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할 대상은 2018년 승소한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 원고 15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소송의 경우에도 원고 승소 확정시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원은 포스코 등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이 지급한 돈으로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의 기부로 조성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 사업과 관련한 가용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 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아울러 “정부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진 "일본의 새로운 사죄받는 것만이 능사 아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활동가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앞에서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굴욕해법 발표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전범 기업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해법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 "저는 반쪽짜리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컵에 비유하면 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고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놓고 대통령실과 외교부 간 이견 표출 여부와 관련해서는 "우리 국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저희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해서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발표문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박진 외교부 장관입니다.

오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해드리겠습니다.

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 간의 긴밀한 우호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 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2018년 10월과 11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 이후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2019년 8월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통보하였습니다. 이로써 코로나19 발생 이후 인적교류 단절 등으로 경색된 한일 관계는 사실상 방치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2년 5월 윤석열정부가 새로 출범하였습니다. 윤석열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해 4차례의 민관 협의회와 올해 1월 공개 토론회, 외교장관의 피해자·유가족 직접 면담 등을 통해서 피해자 측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5차례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등 고위급을 포함한 양국 외교당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하면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해 왔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국내적 의견수렴 및 대일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다음과 같은 방안을 발표합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또한, 동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동 재단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며 미래 세대에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기 위해 피해자 추모 및 교육·조사·연구 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또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 그리고 국제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그리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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