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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태세문단세 vs. 태혜정광경성목

2023.05.20. 오전 6:30

안녕하세요, 대디베어입니다~!!

계속 주구장창 피휘(避諱) 얘기만 해서 오늘은 잠깐 쉬어 가는 시간을 가질 예정인데요.

오늘 업로드 분은 무료로 열어놓겠습니다~


오늘은 고려와 조선, 조선과 고려 국왕들의 묘호(廟號)를 비교하려고 해요.

묘호(廟號)란, 국왕의 신주를 종묘(宗廟), 태묘(太廟)와 같은 사당에 올리고 제사지낼 때 올리는 존칭으로서,

사실은 오로지 황제(천자)만이 가질 수 있는 칭호랍니다.

워낙 (조선에 비해) 자주적인 이미지가 강한 고려는 물론이고, 툭하면 명나라 청나라에 굽신거리기만 했다는 이미지를 뒤집어쓴 조선에서도 약하지만 황제국의 체제를 조금은 가져왔다는 증거 중 하나이지요. (★)

아무튼 많은 분들이 묘호라는 단어와 의미는 몰라도 이건 알고 계시는데요.

"세종"대왕

태정태세문단세

세종대왕 할 때 "세종(世宗)"이 묘호입니다.

그리고 아래 태정태세문단세는 조선의 첫 일곱 임금님들 묘호이지요. 역사에 좀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그 뒤 20개 순서까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예성중인명선

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이 20개 중에 빨간 글씨, 연(산군)과 광(해군)을 빼면 모두 묘호에 해당합니다.

연산군과 광해군은 정식 국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군호(君號)로 대체된 경우에 속하죠.

그리고 좀 더 관심있는 분들은 여기까지도 아실텐데요.

조선 임금들 묘호에는 유난히 ~조(祖)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태조, 세조,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

특히 앞 글자가 태, 세, 인, 순인 경우에는 조도 있고 종(宗)도 있죠.

위에 27글자 중 이 네 앞 글자가 겹친답니다;; (★★)

조(祖)로 끝나는 묘호를 받은 군주들은 물론 모두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데요.

오늘은 간단히 이렇다는 사실만 알아두겠습니다.


이번에는 고려의 임금들입니다.

태혜광경성목

현덕문순선헌

숙예인의명신희

강고원

이상 24분의 임금님들이 묘호를 받은 분들입니다.

('정'이 2글자가 있는데, 한자(定, 靖)로는 다른 글자입니다)

이후에 원나라의 간섭이 시작되면서 고려 국왕의 묘호는 사라지고 말죠.

충 + 렬, 선, 숙, 혜, 목, 정

공민, (우), (창), 공양

윗줄 여섯 임금님들은 원나라로부터 시호(諡號)를 받았고

아래 네 임금님들은 경우가 다 달라요.

공민왕의 시호 공민(恭愍)은 명나라로부터 받은 시호이고

공양왕의 시호 공양(恭讓)은 다음 왕조 조선에서 올린 시호입니다.

() 안에 들어간 우왕과 창왕은 공식적인 시호가 없이 이름으로만 불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려와 조선 국왕의 묘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1) 조선은 (폐위된 임금 외에는) 모두에게(★★★) 묘호를 올린 반면, 고려는 첫 24명에게만 묘호가 올라갔다.

2) 나머지 고려 국왕은 시호만 받았다.

우왕과 창왕은 공양왕 대부터 고려의 임금이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부정당한 상황이라서 따로 뺐습니다.

그리고 충렬왕부터 공민왕까지 (공양왕은 마지막 군주이기 때문에 예외) 국왕들은 고려에서도 자체적으로 시호를 올렸습니다만, 충정왕의 경우에는 고려 시호가 없고 원나라에서 준 시호 충정(忠定)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드러나지 않은 3번째 차이점!

3) 태조(太祖)를 제외하면 묘호를 받은 나머지 23명의 군주는 모두 ~종(宗)으로 끝납니다!!!

혜종, 정종(定宗), 광종, 경종, 성종, 목종

현종, 덕종, 정종(靖宗), 문종, 순종, 선종

헌종, 숙종, 예종, 인종, 의종, 명종

신종, 희종, 강종, 고종, 원종

한글이 같은 정종이라는 임금이 2분 계셔서 겹쳐 보일 뿐, 모두가 ~종(宗)으로 끝나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고려에서 ~조(祖)는

태조(첫 임금)

추존(사후에 임금으로 높임)한 태조의 조상들

이들에게만 적용되었습니다.

태조의 아버지 세조(世祖)

태조의 할아버지 의조(懿祖)

태조의 조상 국조(國祖) 혹은 시조(始祖)

(여러 역사책에서 이 분이 어떤 분인지에 대해 서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초대 국왕이 아닌, 묘호를 받은 추존왕이 고려에서는 2분이 계신데요.

그 분들의 묘호 역시

대종(戴宗) : 6대 성종의 아버지

안종(安宗) : 8대 현종의 아버지

모두 종으로 끝납니다.

반면 조선의 (태조의 조상이 아닌) 추존 왕은

장조(莊祖) : 22대 정조의 아버지. 그 유명한 사도세자입니다.

문조(文祖) : 24대 헌종의 아버지 + 26대 고종의 양아버지

조(祖)로 끝나는 분이 존재합니다.

(물론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올린 거긴 합니다^^)


따라서 고려 왕 묘호와 조선 왕 묘호를 비교하자면

"고려는 원 간섭기 이전에만 묘호를 올렸고, 이후에는 묘호를 못 올렸어."

"대신 고려 왕들은 태조 왕건하고 그 조상님들 빼면 모두 ~종으로 끝나."

"조선은 2명 빼고는 모두 묘호를 올렸어."

"그런데 ~조라는 글자가 좀 많이 쓰인 경향이 있어."

이렇게 정리하시면 될 것 같네요.

묘호와 조/종의 차이 등 자세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제대로 말씀드리겠구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이렇게 대외적으로는 제후국(왕국)을 표방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제국(천자국)의 제도를 사용하는 것을 외왕내제(外王內帝)라고 하는데요, 한국사의 많은 나라들(외부적으로도 제국이었던 대한제국 제외)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외왕내제적 요소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 4글자 외에도 '정'이 겹치고 묘호도 정종과 정조로 다른데요. 2대 정종(定宗)과 22대 정조(正祖)의 한자는 서로 다릅니다.

(★★★) 2대 정종과 6대 단종(端宗) 역시 처음에는 묘호가 없었습니다. 정종은 명나라 시호 공정왕(恭靖王)이라고 불렸고, 단종은 상왕에서 쫓겨난 이후 노산군(魯山君)이라고 불렸습니다. 두 분 모두 19대 숙종 대에 이르러서 묘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흔적은 두 임금의 실록에서 발견이 되는데요. 정종실록의 원래 명칭은 공정왕실록이었고, 단종실록은 그 원래 명칭이 노산군일기였습니다. 둘 다 표지는 바꿨지만 내용까지 바꾸지는 못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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