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 유출범 ‘징역 최대 18년’으로 상향, 이것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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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을 받는 삼성전자 전 수석연구원 A씨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4.1.16/연합뉴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 기술의 국내 유출은 최대 권고 형량을 징역 6년에서 9년으로, 국외 유출은 징역 9년에서 15년으로 각각 높였다. 특히 국가 핵심 기술의 국외 유출은 최대 징역 18년까지 가능하게 했다.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너무 낮다는 한국경제인협회 등 각계의 의견을 이제야 반영한 것이다.

양형 기준을 최대 징역 18년까지 높였지만 이는 상한선일 뿐 보통 선고되는 형량은 징역 10년 안팎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세계 주요국은 산업 기술 유출을 중대 범죄로 다룬다. 대만은 간첩죄를 적용해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 미국은 피해 액수에 따라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다른 범죄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기업 직원이 최근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은행 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은행 직원도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와 나라의 미래를 빼앗는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이 이런 개인 횡령 범죄보다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양형 기준을 더 높여야 하고 법도 필요하면 바꿔야 한다.

판사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전체의 87.8%에 달했다. 2022년 선고한 영업 비밀 해외 유출 범죄 형량도 평균 1년여에 불과했다. 이러니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퍼져 기술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판사들은 대개 기술 유출 범죄자들이 초범이거나 개인적으로 취한 이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범죄는 성격상 거의 다 초범일 수밖에 없고, 범죄 이익을 떠나 국가에 미친 해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경제 안보 차원에서 이 사안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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