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택병 출마 민주 김현정, 라임 김봉현 주도 '폰타나 모임' 멤버였다

입력
기사원문
여다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김현정 경기 평택병 민주당 후보가 2022년 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병 국회의원 후보인 김현정 전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주도의 야권 정치인 모임인 필리핀 '폰타나 모임'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폰타나 모임은 민주당 기동민, 이수진 의원(비례)을 비롯해 현 야권 소속 정치인들이 김 전 회장의 초청으로 필리핀 클락 소재 고급 풀빌라인 '폰타나'로 여행을 함께 가며 붙여진 이름으로, 이 모임에 참석했던 기 의원과 이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기 의원의 경우 라임사태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컷오프된 반면 당대표 언론특보이자 친명계인 김 후보는 단수 공천을 받았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김 후보는 민주노총 간부 시절이던 2015년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필리핀 클락의 폰타나 리조트로 김 전 회장을 비롯해 기동민·이수진 민주당 의원,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대변인 등 야권 정치인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김 전 회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서 폰타나 모임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김봉현 "김현정, 폰타나 멤버였다"

"저 이강세 플러스 김갑수, 기동민, 이수진. 이수진이라고 저 뭐냐 의료연맹위원장 있어. 걔. 그리고 금융노조위원장 또 있어. 그것들 이제 야인일 때 만들어진 폰타나 모임이라고 있어. 필리핀 모임. 거기에 또 이강세가 주축이야. 필리핀 폰타나 리조트. 그 비행기 탄 근거들이 다 있어. 뭔 말인지 아냐?"

공개된 녹취록에는 금융노조위원장의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으나 수감 중인 김 전 회장은 주간조선에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 인사가 김현정 후보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해줬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여행을 계기로 야권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았고 이들의 2016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자 정치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기 의원이 김 전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로부터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만원 상당의 양복과 1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봤다. 이 의원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대표로부터 5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금전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소장에는 '폰타나 모임' 결성 과정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검찰은 이들 관계에서 폰타나 모임이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5년경 김봉현 전 회장은 당시 광주MBC 경영기획국장이던 이 전 대표에게 '필리핀 클락에서 리조트 사업을 계획 중이고, 필리핀 리조트에 남는 방이 많이 있으니 지인들과 와서 편하게 쉬었다 가라'고 제안했다. 이후 이 전 대표가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대변인에게 '지인이 필리핀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여 숙박도 해결되니 큰 부담 없이 갔다 올 수 있는 상황인데 친한 사람들하고 같이 가자'고 제안해 김 전 대변인을 중심으로 여권 인사들이 2015년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함께 여행을 갔다. 일행은 필리핀에 도착한 후 1인당 소액의 경비를 걷어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하고, 김 전 회장이 제공한 리조트 풀빌라 독채에서 3일 동안 머무르면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리조트 안에서 식사를 하면서 휴양을 하던 중 이 전 대표로부터 김봉현 전 회장을 소개받았다. 또 필리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인 2015년 연말 무렵 광화문 소재 식당 및 연희동 소재 식당 등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

공소장에는 '김 전 회장의 초대에 따라 이 전 대표를 포함한 피고인 기 의원, 이 의원, 김 전 대변인 등 6명이 함께 여행을 가게 됐다'고 명시됐다. 재판에 넘겨져 이름이 알려진 이들 외에 나머지 동행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김 전 회장은 주간조선에 당시 필리핀 여행에 동행한 6인을 기 의원과 이 의원, 김갑수 전 대변인, 김현정 후보, 김 전 대변인의 친구인 모 여론조사업체 대표라고 밝혔다. 특히 김 후보에 대해서는 "이름은 여자 같지만 남자다. 당시 금융노조위원장이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노조계에서도 김 후보가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김봉현 회장 조사과정에서 드러나 노조 쪽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알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런 소문이 있기는 했다"며 말을 아꼈다.

BC카드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후보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입성해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략공천으로 경기 평택을 후보로 출마,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 1951표 차로 밀려 낙선했다. 이후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대변인을 지내며 친명계 정치인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자신이 폰타나 모임의 멤버였음에도 2020년 1월 라임사건에 정치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라임사태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고,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도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바 있다. 그는 칼럼에서 '김봉현은 라임의 전주도 아니고, 라임펀드는 권력형 사건이 아니라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완화로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금융사기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김현정 "드릴 말씀이 없다"

이 모임 멤버였던 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기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에는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바 있는 영입인재 김남근 변호사가 전략 공천됐다. 기 의원은 지난 2월 29일 컷오프가 결정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는 되고, 기동민은 안 된다고 한다. 도대체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비례대표인 이 의원은 경기 성남중원에 공천을 신청해 경선에서 비명계 대표주자이자 지역구 현역인 윤영찬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냈다. 윤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돼 경선 득표 30% 감산 페널티를 적용받았다. 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경기 평택병에 단수 공천됐다. 김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신설된 평택병 선거구에 단수 공천되자 지역에서는 공천 절차를 두고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김 후보는 지난 1월 16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필리핀 여행 동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 관계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26일과 27일 입장을 재확인하기 위한 전화와 문자메시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캠프 관계자는 "내부 논의 후 입장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