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영상으로 참관… 핵위기 고조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영상으로 참관한 가운데 정례 핵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에서 800km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ICBM인 야르스를 발사했다. 북극해 바렌츠해에선 전략핵잠수함인 툴라에서 SLBM인 시네바를 발사했다. 러시아의 대표 전략폭격기인 Tu-95MS 2대도 출격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핵 훈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19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전쟁 8개월만에 핵훈련
러, 나토의 핵 억지 연습에 맞불… 육해공서 동시다발 핵 무력시위
EU, 우크라 재건 ‘新마셜플랜’ 촉구, “피해 500조… 韓-日 등 동참 필요”
특히 26일 3대 핵전력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화상으로 지켜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와 이 지역에서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수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인 핵전쟁 준비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더티봄(dirty bomb·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한 무기)’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도 핵무기 사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은 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집요하게 우크라이나의 ‘더티봄’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러시아가 더티봄을 투하해 놓고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가짜 깃발’ 작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를 통해 핵무기 사용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파괴적 테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롬’은 러시아군이 매년 10월 실시해 온 정례 훈련이긴 하지만 나토의 핵 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에 맞불을 놓으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핵 위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해역에서 최근 의문의 수중 폭발까지 감지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 지진학연구소는 지난주 발트해에 있는 러시아 해역에서 5건의 수중 폭발을 감지했다며 “지진 활동이 아니라 폭발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 착수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5일 EU 집행위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독일이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피해 규모가 3500억 유로(약 496조 원)에 달한다’는 세계은행의 추산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 등의 동참을 호소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관건은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마셜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