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녹음파일 3만개의 늪...노웅래 기소 늦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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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27. 오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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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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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하세월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노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석 달이 넘도록 재판에 넘기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너무 많은 증거에 검찰이 발목을 잡혀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해 12월12일 노 의원이 2020년 2~12월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같은달 28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 현재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총 재적 299명, 총투표수 271명, 부161표, 가101표, 기권9표로 부결됐다. 당시 노 의원이 입장발표를 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검찰이 올해 2월1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한 달도 안돼 이달 22일 바로 불구속 기소한 데 비춰보면 기소가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일각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범 케이스에 오른 것이란 뒷말마저 돌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당시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노 의원의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설명한 점을 고려하면 늑장 기소는 다소 이례적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정을 알고보면 다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노 의원에 대한 수사는 원래 지난해 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뇌물수수 의혹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이 전 부총장에게 돈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사업가 박모씨가 노 의원에게도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면서 검찰 수사가 확대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의 모친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여러 대를 분석한 결과, 무려 3만개에 달하는 녹음파일을 추출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이 전 부총장 혐의와 관련있는 녹음파일을 추려낸 뒤 이 전 부총장이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업가 박씨에게서 각종 청탁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에선 이 전 부총장 기소 시점에 5000개에 달하는 녹음파일을 분석했다고 한다.

노 의원에 대한 기소가 늦어지는 이유도 이런 방대한 증거 때문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녹음파일을 토대로 노 의원 뿐만 아니라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취업 청탁 관여 의혹까지 사건 전체를 확인한 후 기소하려는 방침을 세웠는데, 아직까지 이 전 부총장 녹음파일 분석이 완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을 검사와 수사관이 총동원돼 확인한 뒤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을 다시 한 번 가다듬어 녹취록을 만드는 과정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보관하고, 거기다 녹음 파일까지 저장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총장이 시시콜콜한 일상 내용까지 전부 녹음하는 바람에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부분을 제외하는 게 일거리”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최대한 수사 속도를 높인 뒤 노 의원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녹음파일의 내용뿐만 아니라 맥락까지 살펴보느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노 의원에 대해서도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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