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중국 업계 “미국 규제보다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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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25.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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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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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통제
지난 23일 일본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조치에 중국이 긴장하고 있다. 7월부터 시행될 이 규제가 미국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반도체 관련 23개 품목을 수출관리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행정명령을 공포했다. 추가 규제 대상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작에 필요한 설비나 식각장치(반도체 원판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장치) 등이 포함됐다.

개정안은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23개 품목에 대해선 한국·미국 등 우호적인 42개 국가·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수출할 때 일본 회사들이 건별로 경제산업상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닛케이는 “오는 7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이 조치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선 우려가 크다. 중국의 한 반도체 회사 임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본의 조치는 지난해 미국의 수출 규제보다 중국을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조항을 검토해 보니 일본이 미국보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막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미국이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 14㎚ 이하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의 수출만 규제하는 데 반해, 일본은 45㎚급 범용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노광장비(니콘 생산) 등까지 수출 규제에 포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일 범용 반도체 제조까지 차질이 빚어진다면 중국 업체들은 세탁기 등 가전제품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네덜란드와 미국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네덜란드는 7월에 관련 규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중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일본이 제한할 수 있는 수출 장비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성숙한 반도체 기술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본이 중·일 반도체 산업 간의 협력적인 관계를 파괴하려고 한다면 중국 정부가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중국 상무부도 23일 “일본 정부의 조치는 수출 통제 조치의 남용이자 자유무역과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즉시 시정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처럼 일본에도 유사한 방법을 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인공지능(AI)용 첨단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24일 보도된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전쟁’이 미국의 테크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해 실시한 수출 통제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손이 등 뒤로 묶인 상태”라며 “미국 테크 업계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잃으면 우리는 미국에 더는 반도체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게 하려고 반도체법을 통한 대대적인 지원을 시행 중인데, 대중국 수출 제재로 이 정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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