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고래가 띄우는 편지

고래가 띄우는 편지 -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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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aein

공식

2025.01.15. 15:4111 읽음

별자리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하지 않니
어느 날 문득 별똥처럼 내게 내린 네가
내 마음속에서, 내 곁에서 언제나 지지 않는
붙박인 별자리가 될 줄은 몰랐으니까
 
너의 두 눈을 들여다보고
너의 목소리를 듣고
너의 온기를 느끼면서
 
나는 그전에 내가 바라보던 세상,
내가 줄곧 찾아 듣던 노래,
내가 이 세상과 나의 삶에 바라고 기대하는 것들이
아주 천천히
새로운 색깔의 옷을 입기 시작하는 걸 보았지

그러면서 나는
나만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세상을 그리고
나만의 꿈이 아닌,
우리의 꿈을 꿈꾸며
우리의 날들을 만들어 가는 법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배웠어

새로운 걸 알아가는 데 있어서만큼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데 있어서만큼은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너는 도무지
조급해하는 법이 없었어
어쩌면 그 모든 것보다도 먼저 꽉,
서로를 안아 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실행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언제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지만
 
그 덕분에 나는
계산 없이 저질러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장소와
맛있는 빵이 되기 위해 숙성이 필요한 반죽처럼
은근하고 묵직한 기다림이 필요한 장소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지

이제 너를 떠올리면
내 마음속에서는 쨍그랑, 쨍그랑
밤하늘의 별자리가
종소리처럼 울리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는 때때로
속절없는 잠으로 빠져들려던 나를 슬그머니 깨워
눈부신 희망이 반짝이는 꿈속으로 이끌어 준단다
 
어느 차고 긴긴 밤이라도
나의 영혼이 어둠의 긴 망토 자락 뒤로 숨지 않고
내일의 새로운 태양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란도란 아침을 깨우는 너의 목소리에
새날의 두 눈동자를 마주 들여다보며
갓 구운 빵처럼 뭉근한 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그러니, , 우리
오늘도 계산 없이 마음껏 웃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힘껏 안아 볼까,
망설임 없이
언제나 한자리에서 빛나는 별자리를
기뻐하고 축하하면서
은근하고 묵직하게 다가올
내일의 종소리를 기대하면서



글: Editor LP

리고와 로사가 생각 여행을 떠났다| 글 로렌츠 파울리·그림 카트린 섀러|옮김 국세라|2017년 8월 14일|14,500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친구 리고와 로사의 
삶과 관계에 대한 진솔한 대화
"엄청나게 재미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리하고, 볼 때마다 놀라운,진짜 보물 같은 이야기."
-Leipzig reading compass for children’s and youth books
어느 날, 늙은 표범 리고의 우리로 찾아온 겁 없는 꼬마 생쥐 로사! 몸집도 성격도 너무 달라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리고와 로사는 생각 여행을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며 어느덧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리고와 로사가 나누는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 꿈과 걱정 등 삶과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대화가 28편의 작은 이야기 안에 담겼습니다. 로렌츠 파울리의 글은 재치 있는 농담과 언어유희가 가득해 단순한 재미를 넘는 지적 쾌감을 선사하며, 카트린 섀러의 그림은 파울리의 글을 확장하고 보완하면서 철학적인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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