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경선 개입은 ‘선거법 위반’ 아니라지만…7년 전 ‘검사 윤석열’은 ‘유죄’ 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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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천 개입 재판 때
“공무원은 경선운동 불가”
법원, 박씨 모든 혐의 인정
‘당 자유 보호할 책무’ 강조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 알려진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지지 홍보물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전파해달라고 당원에게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자 대통령실은 “(보도 내용이) 맞다 해도 공직선거법상 위반 행위가 될 수는 없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총선 공천 개입 사건에서 법원은 ‘당내 경선’에도 공무원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7일 경향신문이 박씨의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천 개입 사건 유죄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법원은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고, 대의제·정당제 민주주의 실현에 중요한 ‘정당의 자유·자율’을 무너뜨렸다며 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일 때 기소했다. 박씨 사건은 총선 공천과 관련된 것이고 이번 대통령실 개입 논란은 당대표 선거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다르다. 선거법은 대선·총선·지방선거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정당제 민주주의 침해, 대통령실 관계자의 당내 선거 관여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유사성도 적지 않다.

당시 검찰은 공소사실에 “공무원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관여하거나,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 조사, 당내 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기재했다. 박씨는 비박계 후보자 지지도 조사, 친박 리스트 등 총선 관련 자료 작성, 친박계 의원들과의 경선·공천 전략 협의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친박 인물이 경선에서 유세를 잘하지 못하고 지지도가 오르지 않자 박씨가 정무수석실을 통해 해당 인물에게 연설 시 부족한 점을 알려주고, 연설문을 대신 마련해준 행위도 ‘새누리당 내 경선운동 관여’ 혐의로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박씨 측은 지지도 조사나 전략 구상 등이 선거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박씨는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펼쳤지만 법원은 단순 의견 개진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박씨 측은 “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당내 경선에서는 대통령이 경선운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법이 공무원의 당내 경선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소속 당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당내 경선에서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경선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를 붙여놨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선거법의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당내 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실형으로 형량을 결정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와 함께 ‘정당제 민주주의’가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당의 ‘자유’와 ‘자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대통령은 정당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박씨)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자신과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특정한 세력을 배척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들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고자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했다”며 “이는 헌법의 근본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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