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트남 장사 달달하네…1억달러 고국에 배당한 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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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9.08. 오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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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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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첫 ‘자본 리쇼어링’ 주목
진천 물류센터 건설 등에 사용
CJ·농심·BBQ도 해외수익 급증
경상수지 개선 구원투수 기대


베트남의 한 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오리온의 감자스낵 포카칩(현지명 오스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오리온]
라면·과자·만두 등 K푸드의 해외 인기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식품 기업들이 최근 수년 사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식품업계 최초로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약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을 국내에 배당으로 가져와 눈길을 끈다. CJ제일제당·농심·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의 글로벌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K푸드 사례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업종의 부진 속에 앞으로 식품이 경상수지 개선에 구원투수로 역할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달 말 베트남법인으로부터 배당금 500억원을 수령했다. 오리온은 다음달 중 베트남법인에서 추가로 배당금 600억원을 들여올 예정이다. 오리온 베트남법인의 누적 이익잉여금은 4000억원인데, 그동안 현지 재투자 등으로 자금을 활용해왔고 국내로 자본을 들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리온이 베트남에서 배당금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500억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 들여오는 1100억원을 충청북도 진천 부지 매입 및 공장 증설, 물류센터 건설,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95년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를 수출하며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딛은 오리온은 2005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2006년 호치민 미푹공장, 2009년 하노이 옌퐁공장을 잇달아 세우면서 베트남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6년 베트남에서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면 6년 만에 2배로 성장했다. 특히 베트남은 20~40대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46%일 정도로 많고, 이들의 소비여력도 점점 커지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 시장에선 포카칩(현지명 오스타)과 스윙칩 등 감자스낵과 초코파이가 주력 제품이다. 감자스낵은 김치맛, 스테이크맛 등 다양한 맛으로 현지인들의 입맛을 공략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700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엔 젤리시장 공략을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꼬북칩(현지명 마시타)을 내놓으면서 성장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오리온 뿐만 아니라 최근 5년 사이 국내 식품기업들의 해외 실적 개선은 눈에 띌 정도로 두드러진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북미 지역에서 매출액 2조1140억원, 영업이익 193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CJ푸드빌 미국법인은 제빵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의 판매 호조에 힘 입어 지난 5년여 간 누적 영업이익이 200억원이 넘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최근 3년간 해외 매출이 50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도 5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부터 미국법인 실적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농심은 2022년 259억원, 2023년 상반기 337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2년 새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주력 제품인 신라면을 필두로 미국에서 라면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로스엔젤레스 2공장을 가동했고, 동부 지역에 3공장 건설도 추진중이다.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최근 5년간 해외에서만 2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들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에 본격 나선 것은 지난해 말 세법 개정 영향으로 파악된다.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먼저 과세된 배당금을 국내에 들여올 경우, 배당금의 5%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총액의 95%는 비과세)으로 전환됐다. 상반기 삼성전자는 22조원, 현대차는 8조원 규모의 해외 법인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국내로 가져왔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24억4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48억7000만달러)에 비해 약 90%나 급감한 상태다. 몇천만 달러 규모의 배당금이라도 국가 경상수지에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라면·냉동식품 등 K푸드 기업들의 해외 사업 이익이 늘면서 국내로 배당금을 가져오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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