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넘치는 중동, 전세계의 ATM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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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9.08. 오전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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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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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중동으로 가고 싶어 한다. 옛날의 미국 '골드러시' 같다"

글로벌 펀드와 벤처캐피탈(VC)의 자금 조달 연계를 20년간 해온 자문회사 '제이드 어드바이져스'의 설립자 피터 예더스탠은 지금 '오일 머니'를 흔드는 중동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며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제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9일(현지시간) 제다에서 열린 GCC 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3.7.20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최하는 국제투자컨퍼런스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가 열릴 예정이다. 이 투자회의의 또 다른 별칭은 '사막의 다보스'다. 과거 인도 모디 총리, 미국 재무장관 등 전세계 정상급 인사들을 비롯해 씨티그룹, 블랙록, 블랙스톤 등 대형 투자은행(IB)은 물론이고 글로벌 방산기업과 IT기업, 투자자들이 6000명 넘게 모여서다.

WSJ에 따르면 과거 무료였던 참가비가 올해는 1인당 1만5000달러(약 1400만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금융기업들은 금리 상승 여파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민간 투자를 중단한 상태"라며 "하지만 중동 국가들은 '에너지 붐'을 만끽하며 넘쳐나는 현금을 들고 세계 금융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총괄하는 6000억달러(785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WSJ은 "중동 지역 국가들의 국부펀드는 이제 전 세계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애쓰는 VC와 PEF, 부동산 PF 등이 가장 선호하는 현금인출기(ATM)가 됐다"고 비유했다.

중동지역 국부펀드는 올 상반기 주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손'을 입증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는 지난 7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포트리스'의 지분을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 지분율을 약 70%까지 끌어올렸다. 추가 지분 인수 비용만 20억 달러(2조6700억원)로 전해진다. 지난달에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스탠다드차타드의 글로벌 항공 금융 리스 사업 부문을 36억 달러(4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국부펀드뿐만 아니라 왕실과 투자회사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UAE 아부다비 왕가의 투자회사인 로열그룹은 올들어 주요 상장기업에 20억달러, 콜롬비아의 대형 식품업체인 그루포 누트레사에도 20억달러, 터키 에너지 업계에 5억달러 등 100억달러 이상을 해외 각지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아부다비 국가안보보좌관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도 국영 투자기업으로 12억 달러에 영국 의료 회사를 인수하는가 하면 60억 달러에 콜롬비아 식품기업의 경영권을 가져왔다.

중동의 움직임과 달리 서방 국가들의 연금이나 대학 기금 등은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세계적 금리 인상 여파로 이들 연기금이 가장 많이 투자했던 주식, 채권 등에서 손실을 봐서다. WSJ에 따르면 연기금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 미국 기반 VC 펀드에 33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2021년(740억 달러)의 절반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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