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 학원-일타 강사-현직 교사’ 수능 카르텔, 교육부는 뭐 했나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권현구 기자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문제를 사들인 혐의로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한 사교육업체 명단에 대형 입시학원들과 유명 일타 강사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사교육시장을 움직이는 대형 학원들과 거액의 연봉을 자랑하는 일타 강사들이 현직 교사들과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위원 출신 교사 22명에게 문제 개발비 대가로 지난 5년간 5000만원 이상을 건넨 사교육업체 21곳을 추려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중 학원가에서 빅3로 통하는 메가스터디와 대성학원, 시대인재가 모두 포함됐다. 이투스교육과 종로학원 등 다른 유명 학원들도 여럿 수사선상에 올랐다. 대학 학과별 예상 합격 점수를 배포하면서 입시 전문기관 행세를 하던 학원들이 뒤로는 현직 교사들과 검은 거래를 하면서 수능의 공정을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유명 일타 강사들이 수능 출제 경력 교사들로부터 받은 문제를 ‘킬러 문항’이라며 수험생들에게 팔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놀랄 일이다. 연봉 200억원의 일타 강사로 유명한 현우진씨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애들만 불쌍하지…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이란 글을 남긴 뒤 세무조사를 받았다.

유명 학원과 일타 강사들이 현직 교사들과 결탁해 공정 수능을 위협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교육부는 2003년 수능 출제위원에 학원 강사 출신을 선정한 사실이 드러나 당시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학원가에서는 ‘수능 출제위원 경력자들이 만든 문제’라는 마케팅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었다. 특정 학원에서 배포한 문제가 수능 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평가와 유사하다는 논란도 심심찮게 일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현직 교사들은 입시 학원들과 일타 강사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다. 수능을 사교육시장에 휘둘리도록 방치하고 수능 카르텔을 키운 교육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