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혈병 환자에 두 달 지난 수액 투여...일주일 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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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09. 오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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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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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백혈병 환자,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 시작
사용기한 두 달 넘게 지난 포도당 수액 맞아
보호자가 발견했을 땐 이미 100㎖ 정도 맞은 상태
투약 일주일 뒤 패혈증으로 사망…"CRE균 감염"
"수액 탓 사망 단정 어렵지만 의약품 관리 미흡"
[앵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 백혈병 환자에게 사용기한이 두 달 넘게 지난 수액을 투여한 사실이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병원 측이 의약품 관리를 제대로 못 해 명백한 의료 과실에 해당하는데, 수액을 맞은 환자는 일주일 뒤 숨졌습니다.

황보혜경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5월,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21살 정 모 씨.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면역세포가 감소하는 고강도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7일 새벽 4시쯤, 정 씨는 병원에서 포도당 수액을 맞았는데, 사용기한이 무려 두 달 넘게 지난 상태였습니다.

정 씨 보호자가 오전 9시쯤 이를 발견했을 땐 이미 100㎖ 정도가 정 씨 몸에 주입된 뒤였습니다.

[故 정 모 씨 아버지 : 면역력이 아예 없다 보니까 정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데, 단 1%만 잘못됐다고 하면 이 아이에겐 치명적인 건데….]

고열에 시달리던 정 씨는 일주일 뒤 패혈증 증세를 보이다 숨졌습니다.

CRE균, 즉 카바페넴(항생제)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된 겁니다.

병원 측은 사용기한이 지난 수액을 맞게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액을 만든 제약회사에 확인한 결과 적합성을 통과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걸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수액 투여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사실은 병원 측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병원에선 매달 날짜가 지난 물품을 확인한 뒤 반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수액을 놓은 간호사가 사용기한을 최종 확인하지도 않았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 씨가 수액을 맞아 사망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면서도, 병원 측이 의약품 관리를 미흡하게 해 명백한 의료과실이 발생한 거라고 지적합니다.

[김정기 /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 바코드를 이용해서 유통기간이 지나게 되면 경고음이 울리게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보완 장치가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됐다고 볼 수밖엔 없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대해 정 씨 유족 측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습니다.

[故 정 모 씨 아버지 : 이거(수액)하고 아이가 사망한 것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정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병원 쪽에서 얘기하는 건지 그게 너무 궁금한 거죠.]

병원 측은 YTN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해당 간호사에 대한 징계 절차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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