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습적 공기관 채용 비리, 일상화된 점수표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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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이 8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채용비리 근절대책 추진 및 향후 계획 브리핑을 마치고 신문고를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1월 공공 부문의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한 결과 최근까지 181건이 신고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6건은 실제 불공정 채용의 혐의가 짙어 수사·감독기관에 넘겼고 28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작년 한 초등학교는 기간제 교원을 뽑는 과정에서 시험위원들에게 전체 응시자가 아닌 특정인 3명의 평가표만 작성하고 점수란은 공란으로 비워두게 했다. 이들 3명을 뽑기 위해 나머지 응시자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다. 이처럼 특정인을 뽑기 위해 점수표를 조작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특정인을 뽑기 위해 맞춤형 응시 조건을 내건 기관도 있었다. 한 공공기관이 산하 연구소장을 선발하면서 합격 내정자의 이력에 맞춰 지원 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식이었다. 권익위는 관련자들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권익위의 이번 발표는 작년 말 권익위가 발표한 825개 공공기관 전수조사 결과와는 별개의 건이다. 당시 권익위는 공기업과 지방공사·공단, 정부·지자체 출연·보조 기관 825곳 중 454곳에서 채용 비리 867건을 적발해 임직원 68명을 수사·징계 의뢰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채용비리 신고센터는 시행 초기인데도 181건이 신고 접수됐고 이 중 3분의 1 이상에서 불공정 채용 혐의가 나왔다. 권익위 자체 조사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소규모 말단 기관에서의 채용 비리들이 대거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이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부정 채용을 저질러 왔는지가 짐작된다.

지난주엔 선관위가 지난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직 공무원 채용 전부에서 비리나 규정 위반이 일어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선관위 전현직 직원의 아들딸과 예비 사위 등 12명이 부정하게 채용되는 등 적발된 채용 비리가 1200여 건에 달했다. 중앙과 지방, 고위 공직자와 말단 직원을 가리지 않고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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