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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100% 활용법

2022.06.10. 오전 8:00
by 정서연

여러분은 미술 작품 한 점을 보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시나요? 미술 작품 앞에 서있을 때 왠지 더 오래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으신가요? 저는 ‘이 작품을 충분히 오래 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도 이내 곧 다음 작품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곤 하는데요. 요한 이데마가 쓴 『미술관 100% 활용법』이라는 책을 읽고 이제 좀 속도를 늦추기로 마음먹었어요.

『미술관 100% 활용법』은 미술관 방문을 뜻 깊은 기억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인데요. 와이아트 구독자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가져와봤어요. 책에는 미술관을 활용하는 32가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 중 10가지 정도를 소개해드리면서 제 이야기도 덧붙여보려 해요.

다리가 아플 때

미술관에 가면 유독 다리가 아프지 않나요? 등산을 하거나 계단을 오른 것도 아닌데 다리 근육이 쉽게 피로해져요. 요한 이데마는 이러한 증상을 ‘미술관 다리(museum legs)’라는 재밌는 이름으로 불러요. 미술관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걸은 후에 생기는 다리의 통증이라는데, ‘쇼핑몰 발(mall feet)’과 유사하죠.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는 여러 번 멈춰 섰다가 다시 걷는 등 불규칙하게 움직이잖아요. 이렇게 어슬렁거리는 걸음이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하지만 진이 빠지는 이유는 순전히 육체적인 것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요. 미술이 일으키는 아름다움, 재미, 감정, 충격, 놀라움과 같은 감정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동시에 움직이게 만든다는 거예요. 저자는 모든 걸 한 번에 다 보려 하지 말고, 이따금 앉는 것을 잊지 말고, 계속 수분을 섭취하고 끼니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미술관 안에서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걸어라.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작가

좋은 미술과 나쁜 미술 구별하는 법

현대미술은 사전 정보가 없을 때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난감한 때가 많죠. 전시 설명이 있더라도 그 설명 자체가 더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나쁜 미술에서 좋은 미술을 솎아 내기 위해 꼭 학술적인 전문성이나 좋은 취향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요한 이데마는 예술가 에드 루샤(Ed Ruscha)의 말을 인용해 좋은 미술과 나쁜 미술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 좋은 미술을 접했을 때 반응 : “응? 와아!”

  • 나쁜 미술을 접했을 때 반응 : “와아! 응?”

그러니까 처음 접했을 때 말문이 막히더라도 나중에 우리를 놀라게 하는 미술이 좋은 미술이라는 겁니다. 어떤 작품을 보고 첫눈에 혐오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바라본다면 좀 더 발전된 반응을 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응?”이라는 반응에서 천천히 “와아!”로 옮겨가는 순간을 경험해 보세요.

미술관에 방문한 목적을 생각해보기

여러분은 왜 미술 전시를 찾으시나요? 요한 이데마는 미술관을 찾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 잠시 여유를 갖고 숙고해보면 흥미로운 통찰을 얻게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연구자 존 포크(John Falk)가 분류한 미술관 관람객의 5가지 유형을 소개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시는지 한 번 떠올려보세요.

  1. 경험 추구형 : 버킷리스트(“가봤음, 해봤음”)를 체크하는 것을 좋아하고, 꼭 봐야 할 작품들을 찾아다니는 유형

  2. 조력자형 : 좋아하는 누군가가 미술관 방문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서 둘러보는 유형

  3. 재충전형 : 육체적, 지적, 감정적으로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미술관에 방문하는 유형

  4. 전문가형 : 예술가, 교육자, 큐레이터, 그 외 미술 전문가들

  5. 탐험가형 : 특정 전시를 보러왔다기보다는 좀 더 일반적으로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길 원하며, 작품 설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

알쏭달쏭한 작품 설명에 대처하는 법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작품 설명과 전시 서문을 읽으면 작품이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숙제가 하나 더 생긴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이러한 작품 설명이 “거들먹거리고 과장된 어조의 문장”이라고 재치 있게 표현합니다.

사실 효과적인 설명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관람객이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서술하고 있겠죠. 하지만 이러한 설명과 마주칠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마저도 “진흙 속에 핀 연꽃”이라고 표현할 정도니까요. 대처법은 책에 나와 있지 않았지만, 제 생각엔 스스로 작품을 검색해보거나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오래도록 바라보는 일이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불편한 미술 작품 감상하는 법

현대미술 작품들을 바라볼 때 종종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미술’이 되기 위해서는 아름답거나 영감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현대미술 작품 중에서는 ‘미(美)’가 아닌 ‘추(醜)’를 다루는 경우가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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