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가교육위원장에 ‘친일미화’ 역사학자 이배용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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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9.22. 오후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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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역사학계 강력 반발
지난 2015년 10월12일 황우여(가운데)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맨 왼쪽이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당시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다. 세종시/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사회적 합의로 중장기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장에 교육정책 비전문가이자 박근혜 정부 ‘친일·독재 미화’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 주역인 이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 임명됐다. 전문성과 도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34일 만에 사실상 경질된 지 40여일이 지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불통인사’를 밀어붙여 교육계와 역사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교육부는 국교위 위원 21명 가운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교원단체 추천 2명을 제외한 1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21명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을 지명하는데 이배용 전 원장을 상임위원으로 지명하고 위원장으로까지 임명했다. 국교위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고 국무총리에게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도 있다. 이 전 원장은 현재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단장도 맡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박순애 전 장관, 장상윤 차관에 이어 또다시 교육정책 비전문가가 국교위 위원장에 오른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학제나 대입정책 개편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교육 현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중장기 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앞으로 국교위는 교육정책의 각축장 내지는 용광로가 될텐데 위원장이 교육정책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위원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학계에서는 전문성을 떠나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폐기된 국정교과서 발간을 주도한 전력만으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2018년 교육부가 발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를 보면, 이 전 원장은 청와대의 추천으로 역사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역사교과서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된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전 원장도 청와대 수석이나 그 이상급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었다고 백서는 기록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2015년 10월 교육부가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오수창 서울대 교수(국사학과)는 이날 <한겨레>에 “이 전 원장은 반민주주의적인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주역으로, 현 정부 교육 정책의 난맥상이 바로잡히기는커녕 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역시 “이 전 원장은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학자적 양심을 저버렸고 정권의 입맛에 맞춰 또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분”이라며 “납득할 수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 교사들의 의사와 전혀 무관한 불통인사를 재차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윤 대통령은 이 전 원장을 특별고문으로 임명해 한 차례 역사학계의 반발을 산 바 있고,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등 교육 정책 혼선의 책임을 물어 교체한 권성연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역시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여론 조작’ 등 실무를 주도한 인물이었다.

한편, 교육부는 국교위 대다수의 위원 구성이 마무리됐고, 대통령령인 ‘국가교육위원회 직제안’이 27일 시행된다는 점을 들어 이날 국교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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