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장관, 北억류자 가족 첫 면담… 정부, 송환 의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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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9.28. 오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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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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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장관, 본지와 통화서 밝혀
권 “억류자 6명 가족들 기회 되면 볼 것”
현직 장관 처음… 이전 정부 차관이 방문

“남북대화 단절 상황 진전 기대 어려워
우리 의사 전할 방법 없어 막막한 상황
대북 성명 발표·통지문 발송 등엔 신중
국제사회 통한 압박 등 노력 이어갈 것”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 북한 내 한국인 억류자의 가족을 공식적으로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억류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장관은 다만 남북 대화가 단절된 현 상황에선 억류자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기 힘들다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뉴스1
권 장관은 27일 세계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이산가족도 만나고 납북자 가족도 만났는데 아직 억류자 가족은 만나지 못했다”며 “억류자 6명의 가족도 조만간 기회가 될 때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권 장관의 방문이 성사되면, 북한 억류자가 발생한 2013년 10월 이후 통일부 장관이 이들의 가족을 면담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박근혜, 문재인정부 때는 통일부 차관이 명절 등을 계기로 억류자 가족들을 찾았던 것과 달리, 이번 정부에선 장관이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우리 국민 6명(김정욱·김국기·최춘길·고현철 등)이 6∼9년 동안 억류돼 있다. 10년 가까이 이들의 생사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권 장관이 억류자 가족 방문 의사를 밝힌 것은, 역대 정부가 이루지 못한 억류자 생사 확인과 송환에 윤석열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7일 추석을 앞두고 이산가족 이종원씨를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다만, 권 장관은 현재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태라 단기간 내 억류자 문제의 진전을 모색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문재인정부 때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가 있었는데도 해결이 안 된 문제라 쉽지 않다”며 “북한에 직접적으로 (우리측의 의사를) 전달할 방법도 없으니 사실 조금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를 통한 간접적인 압박 정도이고, 아쉽지만 별로 없다”며 “유엔이나 국제단체에 억류자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이야기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북한이 응하지 않더라도 대북 성명서나 통지문 등을 통해 북한에 억류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권 장관은 “억류자 문제는 10년 가까이 묵은 문제이기 때문에 갑자기 통지문을 보내는 건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며 “물론 (통지문을) 보내는 게 의지 표현은 되지만, 뜬금없이 할 순 없지 않느냐.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억류자 문제는 남북관계와 긴밀히 연계돼 있는 만큼, 남북 대화 상황을 지켜보며 실질적인 결과를 이뤄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권 장관은 그러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우리가 조선중앙통신을 보듯이 북한도 우리 뉴스를 보니 계기가 있을 때마다 억류자 문제에 대해 계속 언급하고 있다”며 “이게 단번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니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선 북한에 계속해서 주장해나간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년간 역대 정부는 억류자 문제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국민 6명이 북한에 억류된 시기인 박근혜정부 때는 남북관계 개선에 실패하며 북한과 억류자 문제를 논의할 환경조차 만들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때는 2018년 한 해 동안 남북회담이 36차례 열릴 정도로 교류가 활발했지만, 억류자들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 사이 미국과 캐나다 국적의 북한 억류자 10명은 본국 대통령의 끊임없는 석방 요구와 장관급 고위 인사들의 방북 끝에 송환이 이뤄졌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뿐 아니라 권 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억류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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