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만 살린 규제 해제…공급 몰린 강동구 집값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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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23. 오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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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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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이승환 기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38주 연속 떨어졌다. 다만 하락세는 둔화했다. 매도인과 매수인 간 눈치 싸움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주택가격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28% 하락했다. 지난주(-0.31%) 대비 낙폭을 줄였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22.09%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자치구별로 금천구(-0.57%), 강서구(-0.54%), 관악구(-0.50%), 도봉구(-0.46%), 강동구(-0.41%), 구로구(-0.38%), 동작구(-0.37%), 강북구(-0.35%), 동대문·영등포구(-0.33%), 서대문구(-0.32%), 양천·중구(-0.29%), 종로구(-0.28%), 중랑·마포구(-0.24%), 광진구(-0.22%), 은평구(-0.21%), 용산·송파구(-0.19%), 성동구(-0.18%), 성북·노원구(-0.16%), 강남구(-0.15%), 서초구(-0.13%) 등 25개구가 모조리 약세였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지역 해제를 골자로 하는 1·3 대책에 이어 정비사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2·7 특별법을 내놓고, 은행권이 대출금리 상단을 내리면서 거래량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매도인과 매수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 차이가 상당한 만큼 급매 중심의 거래만 체결되는 분위기다.

특히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강동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낮아지는 속도가 가파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장주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13억8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2021년 9월 최고가(18억9000만원)보다 5억원 빠졌다. 지난달 28일 직전가(14억4700만원)와 비교해도 6000만원 이상 몸값을 낮췄다.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 8일 13억원에 새로운 집주인을 맞았다. 지난 2021년 9월 최고가(17억2000만원)과 지난해 5월 직전가(16억원)을 모두 밑돈다. 상일동 ‘고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59㎡는 지난 6일 9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직전가이자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1월(13억원) 대비 3억원 이상 주저앉았다.

33평이 25평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 사례도 나왔다. 상일동 ‘고덕자이’ 전용 84㎡는 지난 2일 9억3000만원에 팔렸다. 앞서 지난달 28일 전용 59㎡가 9억5000만원에 팔린 바 있어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다.

반면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수혜를 톡톡히 봤다. 청약률이 저조해 미분양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을 무너뜨리고, 일반분양 4786가구 중 주력 평형 계약을 대부분 마쳤다. 규제 해제 지역이 되는 데 그치지 않고, 중도금 대출 제한을 비롯해 분양권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1·3 대책이 ‘둔촌주공아파트 살리기’로 불리는 이유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0.43% 떨어졌다. 지난주(-0.49%) 대비 내림폭이 감소했다.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집값이 낮아진 지역은 172곳이다. 인천(-0.51%→-0.39%), 경기(-0.75%→-0.64%), 세종(-1.15%→-0.99%), 부산(-0.50%→-0.51%), 대구(-0.65%→-0.57%) 등 주요 도시들도 대체로 흐름이 비슷했다.

이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국(-0.76%→-0.74%)의 하락세가 완화하면서 수도권(-1.06%→-0.99%)은 하향 조정폭을 축소했다. 지방권(-0.48%→-0.49%)은 거래 심리 위축에 낙폭이 미미하게 커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및 대출 규제 완화 조치로 거래량 소폭 증가했다”면서도 “여전히 매수인 우위 시장인 상황에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적극적인 거래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급매물 위주의 저가 거래만 체결되는 등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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