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주도 성장 끝나… 성장엔진, 첨단산업으로 교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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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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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문가 안유화 교수 인터뷰

세계 2위 중국 경제가 부동산발(發) 위기에 휘청이고, 소비·생산·투자가 모두 꺾이는 ‘트리플 둔화’ 조짐을 보이자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수요가 부진한 상태다. 수출 증가율도 -14.5%까지 주저앉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황급히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중국 경제·금융 전문가인 안유화 어바인대 교수는 최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부동산 위기에 빠진 중국 경제는 현재 ‘성장 엔진’을 부동산 개발에서 첨단 산업으로 교체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중국 경제·금융 관련 전문가인 안유화 어바인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25년간 이어진 중국의 부동산 주도 성장 모델이 종말을 고하면서 벌어지는 침체”라며 “중국은 성장 엔진을 부동산에서 첨단 산업으로 교체하는 과도기에 있고 여기서 투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 출신인 안 교수는 중국 연변대 교수를 거쳐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중국 부동산 업체가 잇따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겪는 배경은.

“부동산 버블(거품)을 빼려고 중국 정부가 사실상 의도한 사태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집을 한 채도 짓지 않아도 될 만큼 공급 과잉이 어마어마하고, 가계·기업 부채도 심각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8년 부동산 업체들의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제를 대폭 강화하며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중국 부동산 버블은 어쩌다 심각해졌나.

“부동산 부문은 사실 2000년대 이후 중국 고속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다. 중국은 1992년 시장경제 도입 이후 수요 창출을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시화에 박차를 가했다. 도시화는 곧 부동산 개발을 의미했다. 부동산 업체들은 국영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아파트와 빌딩을 쌓아 올렸다. 가계와 기업은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며 부를 키웠다. 투기 열풍에 부동산 가격도 폭등했다. 현재 중국 내 부동산 총액은 60조달러(약 8경600조원)로 미국(20조달러)의 3배에 달한다.”

지난 18일 홍콩 증권거래소가 있는 익스체인지 스퀘어 앞에서 직원들이 중국 국기를 내리고 있다. 이날 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은 홍콩 증시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에서 제외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정부 대처가 너무 늦지 않나.

“중국 정부도 10여 년 전부터 부동산 버블과 과잉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침체를 우려해 과감히 칼을 대지 못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결국 2018년 부동산 업체들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며 ‘연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경착륙’하게 됐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부진한 이유는.

“중국엔 빚을 내 집을 여러 채 산 가계와 본업과 무관하게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한 기업이 많다. 리오프닝을 해봤자 중국 경제를 지탱하던 부동산이 고꾸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소비 심리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무리해서 빚을 내 집을 샀는데 이자는 계속 나가고, 집값이 30~40%씩 떨어지는 것을 보면 돈을 쓸 수 있겠나. 중국 기업 중에서 자동차·전자·전력 부문을 빼고 거의 모든 기업이 부동산 투자를 대규모로 해서 부동산 시장과 상관계수가 0.4~0.6에 달한다. 부동산 침체로 기업도 투자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중국 투자는 당분간 접는 게 좋을까.

“중국은 지방정부가 빚더미에 앉아 있고, 중앙정부도 코로나 이후 채무 비율이 높아져 재정을 풀 여건도 녹록지 않다. 당분간 중국 경제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도 중국 투자 기회는 열려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기회인가.

“중국은 부동산과 수출을 앞세운 과거의 성장 스토리를 끝내고, AI(인공지능)·바이오·친환경 에너지·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해 앞으로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첨단 산업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중국에선 스마트 팩토리(공장), IT·바이오 기술이 집약된 첨단 축산업, 웰니스(wellness·종합적 건강) 산업 등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중국의 위기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기업들이 시장에 헐값에 나오고 있는 만큼 기회를 잡아야 한다. 중국 경제의 명(明)과 암(暗)을 동시에 봐야 성공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위기라는 말에 뒷걸음질만 치다가는 중국 성장 엔진 교체기의 과실을 따먹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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