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화 '묻지마 범죄' 공포, 특단의 치안 대책 급하다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흉기 난동에 살인 예고까지 시민들 불안
정신 투자 늘리고 양극화 부작용 줄여야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현역에서 20대 남성이 차량을 이용해 쇼핑몰로 돌진한 후 흉기 난동을 벌여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한 지 13일 만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끔찍한 사건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이제 안심하고 외출도 할 수 없겠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여기다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후 온라인에는 ‘살인 예고’ 글이 잇따라 대한민국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5일 서면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 글이 온라인에 등장해 주말 부산 도심이 크게 술렁였다. 경찰 특공대가 파견되고 전술 장갑차까지 등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20대 남성은 2015년부터 5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3년 전부터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치료 중단으로 증세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도 2021년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입원은 물론 치료도 받지 않았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허술한 것이다. 물론 신림역 사건의 경우 또래 남성들만 노렸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유형으로 분류된다. 범죄의 동기나 양상이 모두 다른 만큼 개별 범죄의 동기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잇따른 묻지마 범죄 와중에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이 확산해 국민 불안을 부추긴다. 검찰과 경찰이 강력한 단속에 나서 주말에만 전국에서 46명을 검거했다. 인천 계양역에서 7시에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린 10대가 경찰에 붙잡혔고 부산 서면역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렸던 해군 일병도 헌병대에 넘겨졌다. 검찰과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현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나서 살인 예고 글에 대해서는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 등 가능한 법령을 적극 적용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국민들 사이에서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온라인상에 호신용품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국민 불안을 해소할 특단의 치안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제도적 논의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엄벌주의에 앞서 묻지마 범죄가 활개 치는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정부가 고위험군의 정신 건강 관리에 개입하고 입원 치료와 교정을 아우르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국가가 시민 정신 건강에 충분히 투자하고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일상이 된 공포 해소를 위한 사회 전반의 대책이 요구된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